小説 7
-
여름 달빛 아래의 샹그릴라처럼 나는 돌아오겠소 흩날리는 6월의 모래바람처럼, 분명히 카슈미르를 가로지를 그때 Led Zepplin - Kashmir ‘죽음의 한 가운데에 서 본 적이 있나?’ 언젠가 앙겔로스의 대원에게 로지코는 그런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언제였냐고? 그런 게 이제와서 중요한가. 로지코는 거짓말은 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죽음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 말 그대로 폭풍의 눈 안에 있었다. 로지코는 늘 죽음과 연관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늘 죽음을 ‘선사’하는 사람이었고,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군에 들어갔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죽음과 가까워짐을 실감할 수 있었으나, 끝끝내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군에서의 짧았던 생활을 끝내버렸다...
-
이곳이란 뭘까? 나는 뭘까? 세기의 명탐정, 플래너리 퀸은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를 나로 정의하는 건 기억 하나 뿐이라고. 기억이 없으면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소녀는 이미 고착 상태에 있었다. 이도저도 못하는, 여기에서 부유할 뿐인, 휩쓸려갈 뿐인 자동차의 중립기어와도 같은. 나아가기에는 힘든 상태였다. 어쩌다가 그런 건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기의 명탐정은 모든 걸 기억해야하는데도. 리미널리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무엇이 이곳을 정의하고, 무엇이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하는 걸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플래너리 퀸은 아무것도 없는 지반 위에 서 있다. 잃을 게 없는 자는 지반이 무너져도 버틸 수 있다. 그렇기 ..
-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200yen - 夢碧之楽園몽벽지락원 엔에게는, ■■■■ ■■■는 평생, 단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들어는 보았는가, 후지 기슭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드리운 수해를. 그 주카이를. 넓고 광활하여 사람 함부로 발 딛기 힘든 그곳을. 엔은, 단 한번 그곳에 가고 싶었다. 물론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터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숲을 목도하지 않은 건 오로지 자신의 고집이요, 아직 때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미련이 남아…. 따위의 까닭에서였다. 엔은 이곳에 왔을 때 곧바로 그 거대한 숲에 눈을 빼앗겼다. 당연지사 인생의 종착지를 그 나무의 바다로 생각중인 인간으로서 눈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축축하며 으..
-
슈게이징 좋아합니다.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 너무 전위적인 글이 되었습니다. REFERENCE 돌아가는 펭귄드럼 Mawaru Penguindrum DEAR FUTURE/COALTAR OF THE DEEPERS 소녀 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운명의 과실을 함께 나누자… 나의 사랑도, 너의 벌도, 모두 나눠가지는 거야 - 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끝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과 근데 이상하다, 만져지진 않네 죽어도 앞이라곤 보이지 않는 암백의, 방. 공간? 벽은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하려니와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정의 내리는 건 포기했다. - 그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귓가에서는 미미하게 슈게이즈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다지 취향이었던 건 아닌데. 웅얼거리는 가사가 괜히 ..
-
길바닥 위에 쓰러져있던 너를 돕고 싶었어 어떤 숙명에 휩쓸려왔고 여태껏 어떤 방황을 해왔던 건지 알 수 없어서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고개를 크게 양 옆으로 흔들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문득 눈물이 흘러넘치네 22/7 -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TVA 1기 13화 스포일러, non-CP “돌아갔어.” “응? 그러니까 아직 안 왔대도.” “돌아갔어. 저쪽 세계로. … 종언제, 토르 님의 아버지가 데리러 와서.” “……그게 무슨,” 수 초 전까지만 해도 별 일 없다는 듯 초연한 표정을 짓던, 그 드래곤의 주인, 코바야시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올 게 왔구나. 어렴풋이 눈치야 채고 있었다. 행방불명이라느니, 저쪽 세계와는 연락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토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바야..
-
소년소녀, 원이 되어 뻗어나가는 저 손은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네 교차되지 않는 이매지너리 회전목마, 하늘에 춤추며 싸움의 막을 올리고 떨궈지네 비밀을 밝힐 홀리 나이트 야쿠시마루 에츠코 메트로 오케스트라 - 소년이여 내게로 돌아와 사립 아이비아 학원 1기생, 출석번호 3번 사이카 유노 세미스피어는 자신이 여기에 있는 이유를 생각한다. 자신이 본 것이 밑바닥이라도 되는 양 깊고 뜨거운 절망과 증오를 느끼고, 차갑게 식은 절대영도의 공간과도 같던 그곳을 무작정 때려치우고 나와서는 갈 곳이 없어진 저는 혼자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부서진 새장에 미련을 가지지 못한 그는 결코 그곳으로 눈 돌릴 생각 따위 하지 않고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를 살피지 않았던 부모의 그늘을 스스로 태워버리니 남은 것은 꼴불견인 자..
-
부기팝이 깨어났을 때는, 미야시타가 한창 자신의 방에서 빙수를 먹고 있을 때였다. 부기팝은 깨어난 직후, 스푼을 들고 몇 초간은 움직이지 않았다. 들려오는 매미소리, 느껴지지는 않지만 찌는 듯한 더위(온도계가 있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눈 앞에 놓인, 곱게 갈린 얼음 위에 시럽을 끼얹은 모양새의 먹다 남은 빙수. 미야시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빙수는 그대로 놓고 갈 수밖에 없다. 부기팝이 깨어난 후는 항상 무언가를 할 겨를이 없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방 안의 전신거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잠시 바라보았다. 이것은 부기팝이 한 행동인지, 미야시타가 한 행동인지 알 방도가 없다. 이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일어나더니 옷장으로 가 가지런히 걸려있던 옷가지를 꺼낸다. 블라우스와 교복 치마, 긴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