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Fight The Music
카테고리
작성일
2022. 2. 23. 00:01
작성자
모래석영
200yen - 夢碧之楽園몽벽지락원

 

 엔에게는, ■■■■ ■■■는 평생, 단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들어는 보았는가, 후지 기슭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드리운 수해를. 그 주카이를. 넓고 광활하여 사람 함부로 발 딛기 힘든 그곳을. 엔은, 단 한번 그곳에 가고 싶었다. 물론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터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숲을 목도하지 않은 건 오로지 자신의 고집이요, 아직 때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미련이 남아…. 따위의 까닭에서였다.

 엔은 이곳에 왔을 때 곧바로 그 거대한 숲에 눈을 빼앗겼다. 당연지사 인생의 종착지를 그 나무의 바다로 생각중인 인간으로서 눈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축축하며 으슥하고, 발을 잘못 디디면 바로 방향을 잃어 혼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깊고 울창한 숲을. 한동안은 저택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와봤자 정원의 호숫가 정도가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창문에서, 호숫가에서, 그의 눈은 언제나 그 나무들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부러 관계를 짓지 않았다. 어떠한 사물에서든, 심지어는 인간에게 있어서이든. 철저히 고독을 유지해왔고, 누구도 자신을 알 수 없게끔, 신경 쓰지 않게끔 해왔다. 그렇기에 여기 온 건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필연이기도 하였다. 자신은 마법소녀로서, 선을 행하는 자로서, 필시 이 손 쓸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 놔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자신은 엔으로 있을 수 있었다. 단체 행동, 물론 익숙치 않았다. 사람하고 말하는 거? 개인실로 돌아가면 늘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볼 수록, 말과 마음을 입에 담으면 담을 수록 죄악이 늘어만 가는 것 같았다.

 그래, 엔은 언제나 타인을 위한 존재여야 했으며, 타인을 위한 그림자여야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받아서는 안되며, 누군가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욕망을 짓이기지 못하고 엔은 결국 혼자 숲을 거닐고 있다. 물론 같이 오는 이따위 있을 리가 만무했다. 조용히 깊은 산속을 혼자 다니자니, 공포감과 긴장감이 온몸에 감돌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허무감과 동반되어 오는 오싹함이… 엔을 황홀하리만치 감쌌다. 고독이란 것이 간편했다. 이런 곳에 맨몸으로 온다 한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요, 설령 여기서 내가 사라진다 하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요컨대 엔은 남에게 민폐끼치는 것을 싫어했다. 천성이 그랬다. 자신에게 마음 쓰는 것따위 시간 낭비 감정 낭비라고! 실수라 하면 그것 자체이다. 여기 와서 다른 마법소녀들과 교류라는 것을 해버리고, 관계라는 것을 맺어버린 것. 그건 네들에게 어울리는 게 아냐. 나는 혼자 있어야만 해.

 하지만 엔도 결국 인간이라는 걸까,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는 걸까…. 살아갈 마음도 없었지만, 이 고깃덩어리 같은 심장이 펄떡펄떡 숨을 쉬고 있는 이상 본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점점 고독보다는 손길이 익숙해져 갔다.

 나무가 한껏 드리워진 숲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하늘을 전부 가리고 있구나. 여기서 사람을 찾기란 참 힘들겠어. 자연 치고 지나치게 고요한 것이 문제였으나, 그것마저도 수해라는 이름에 어울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진짜 아오키가하라가 아니지만. 나무가 막고 있는 하늘 사이에서 별이 비치는 게 보였다. 이것도 후지에서 보고 싶었는데. 정말이지, 인생 계획이고 뭐고 다 여기 와서 틀려먹었다.

 인생의 목표라 함은 그것이다. 엘리시온에 가고 싶었을 뿐. 지금 와서 갈 수 있을 지는 모른다. 이미 생에 지은 죄악이 차고 넘쳤다. 제 손 위에 있는 피들을 지우고 씻어내고 게워내도 자국들이 지워지지 않았다. 남을 지키기 위해 든 총 대신, 아직도 칼을 지니고 다니고 있지 않나. 그렇기에 면죄부를 받고자 선행을 했다. 요즘 엔의 고민거리란 그것이다. 나는 마법소녀로서 제대로 도움이 되고 있나? 사람으로서 살만 한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 있을 턱이 없었다. 제대로 되어먹은 환청이다. 어쩌면 만들어진 걸 수도 있고, 기분 탓인 걸 수도 있고…. 괜스레 위압감이 밀려들어왔다. 그러지 않아도 음습한 곳이 더 습하고 어두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 뺨을 매섭게 스치는 바람, 저를 비웃고 지나가는 나뭇잎이 나부끼는 소리…. 젠장! 의지할 곳은 알코올 뿐이건만 들고 오지도 않아서. 아니, 꿈이면 내 생각대로 튀어나오란 말이야……

 아닌게 아니라 지금 엔에게는 모든 것이 어중간했다. 제가 살아있을 이유 그저 남을 돕는 일 하나 뿐인데 이다지도 저를 쓸 곳이 없어뵌다.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게 없어질 수야 있나? 그럴 수가 있나. 이미 정이 들 대로 들어버린 데다 이런 곳에서 내가 혼자 삼도천을 건너면 그보다 민폐인 짓이 없었다. 그 길, 건너는 게 어려웠다. 그들이 모두 절망했을 때 나는 얼마나 큰 무력감을 느꼈던가. 그들이 또다시 절망을 맛보게 된다면, 행여나 저 때문에 힘들어진다면 그만큼 부질없는 짓이 없다. 자신은 절대 모두의 기억에 남아서는 안됐다. 절대로 타올라서는 아니되었으며, 어디까지나 제 할 일만 다하고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연기였어야 한다. 염치도 없지, 책임도 없지! 모두를 두고 갈 셈이야? 갈 거면 혼자였을 때 가지 그랬어!

 엘리시온에 가고 싶었다. 허나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죄악은 제 명이 다하기 전에 스스로 저 너며 황천을 바라보는 짓이라고 하였던가. 확실히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엘리시온이라기엔 죄악으로 넘쳐나는 듯 보였다. 그래, 엘리시온같은 도원향이 아닌 명계 말이다.

 그래 충동적으로 손에 무기를 하나 쥐었다. 늘 몸에 지니고 있던 단도 하나를 역수로 쥐었다. 주저앉은 몸이 갈 데가 없었다. 얼른 돌아가야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야지, 숲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아직도 고개 떨군 채로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단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안색이 파리해진다.

 한동안을 그렇게 숲 길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돌아갈 생각조차 못한 채. 꿈이라는 게 상당히 사람을 미치게는 하나 보다. 엔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엔이 주저앉아버린 곳은 전형적으로 나있는 숲의 산책로 비스무리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 편하게 이어주세요! 독백 로그까지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