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Fight The Music
카테고리
작성일
2020. 11. 22. 02:44
작성자
모래석영

개발자 : 트릭 노스탤지(JinX)

퍼블리셔 : 트릭 노스탤지(JinX)

출시일 : 2016/12/01(풀버전, v1.00a)

마지막 업데이트일 : 2017/11/27(v1.20f)

장르 : 횡스크롤 탄막 슈팅 게임

플레이방식 : 싱글 플레이어 스토리 모드

플랫폼 : Windows XP/Vista/7/8

공식 사이트 : 트릭 노스탤지

공식 무료 다운로드 : Freem!


모든 스크립트의 저작권은 제작자 JinX에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크립트는 영문 연연 위키(Len'en Shout wiki)에서 가져왔으며, 번역은 배포된 유저 한글패치를 일부 참고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글은 PC버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오역, 오타 지적은 댓글로 편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캐릭터 이름의 색은 천영전기에서 사용된 컬러코드(참조) 및 공식 OST 영상의 배경을 참고하여 지정하였습니다.


연연 천영전기

~ Brilliant pagoda or haze castle.

 

 봄을 맞은 무현리. 이 나라는 크고 작은 세력이 존재하지만, 그 중 어느 두 어수룩한 세력은 오랫동안 한가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센리 신사 선대 신주의 독재로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진 지금, 그 두 세력 사이에 전란의 조짐이 일었다.

 

 그런 정세 속에서 어떠한 소문이 거리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었다.

 

 『창공의 잔에 술을 따르고, 보잘것없는 사상에 프라이드를 블렌딩했을 때, 하늘이 거울을 깰 것이다.』

 

 누가 흘렸는지도 모르는 그런 이상한 소문이지만, '카가미와리'1)라는 말에, 적어도 몇몇 귀차니스트 술꾼은 그 게으름의 옷을 벗어던지고 밖으로 나갈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술꾼들과 총알이 난무하는 무현리의 하늘. 술과 탄막에 흥미가 없는 자에게 있어서는 정말이지 성가신 날이다.

 

 봄의 양기는 사람의 머리를 침범하는 요기 그 자체라는 것을, 그 때 많은 이들이 깨달았다고.

 


1) 거울깨기(鏡割り). 술통의 뚜껑을 여는 것을 의미함.


ㅡ센리 신사에서

 

츠바쿠: …그래서, 풋내기 신황제는 쓸모가 없다는 소리인가.

 

 현실에서 격리된 세계 무현리(无現里). 이 세계를 좌지우지한다 알려져 있는 센리 신사(闡裡神社). 그곳에서 새롭게 신주를 맡고 있는 엔라쿠 츠바쿠라(燕楽 玄鳥)는 본래 바깥 세계에서 온 자였다. 그런 츠바쿠라는, 현재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에게 질려가는 모양이었다.

 

자네: 정말이지, 그 말대로예요.

 

 꽁꽁 얼어 있던 대지도 녹고,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을 뿐 추위가 밝아옴을 실감하기 시작한 센리 신사 경내. 그곳에 지금, 두 명의 손님이 있다.

 

카도: 이요자네야, 거기서는 좀 더 내 체면을 세워주면 안될까?

자네: 원래 없는 체면을 어떻게 세우라는 말씀이세요.

 

 타이라노 후미카도(平 文門), 후지와라노 이요자네(藤原 伊代真). 이 둘은 이전 무현리에서 이변을 일으키고, 지금은 후미카도는 신황제를, 이요자네는 관백을 자칭하고 있다.

 

사메: 그럼 그 병정들이 후미카도 씨의 말을 안 들어준다는 말?

 

 센리 신사에는 또 한 명, '명예 신주'라 불리는 직함의 신주가 있다. 그 직함을 가지는 호렌 야부사메(鳳聯 藪雨)는 신직이라기보단 요리나 청소 등의 가사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신참 신주와 허드렛일 담당 신주의 두 사람은 손님들의 귀찮은 상담을 받아주고 있던 것이다.

 

카도: 내 부하는 아니니까 말이지.

츠바쿠: 너희들의 조직…? 조합? 연합? …은 뭐지?

자네: 특별이 이거다 하는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일단 다른 쪽에서는 요괴연합이라 불리고 있어.

카도: 연맹이라 불리는 일도 있지만.

츠바쿠: 겁나 대충대충 한 모임이라는 건 잘 알았다.

 

 너무나도 지긋지긋해진 츠바쿠라는, 이미 두 사람의 상담따위 마음속으로는 아무래도 좋아진 듯하다.

 

카도: 어찌됐건! 잘못되면 센리 신사에서도 손을 빌려주어야 할지도 몰라.

자네: 그만큼 불온한 긴장상태에 놓여있다는 거야.

사메: 헤에

츠바쿠: 그럼 조심해야겠구만ㅡ, 문단속이라던가.

카도: 진지하게 안 들었지…?

: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연맹인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상황은 아무것도 모르는 거예요?

 

 ―이 센리 신사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식신이 있다. 그 식신은 아무리 추운 겨울의 설야에도, 아무리 뜨거운 여름의 한낮에도, 소매 없는 진베이하오리를 입고 있어 주위에서는 진베이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본명은 두 신주 모두 모르는 것 같다.

 

카도: 그게…. 뭐, 이것저것 있어서 말이지.

자네: 후미카도 씨, 뭔가 부대 동료들로부터 기피당하고 있죠.

츠바쿠: …신황제인데?

카도: 뭐, 뭐어…. 황공한 나머지 신황제를 경원하고 싶어지는 걸지도 모르지.

사메: 괴롭힘 당하고 있는 거 아냐…?

카도: 으읏….

자네: 너는 의외로 꺼내기 어려운 말을 확 말해버리네.

사메: 에헤헤~♪

츠바쿠: …칭찬받고 있는 건지는 미묘하네.

 

 센리 신사에서의 많은 대화는 비록 짧은 용건을 전할 만한 것이라도, 요령부득으로 탈선하기 쉽상이기 때문에 종종 대화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카도: 좌우지간!

 

 그리고 종종, 이렇게 누군가가 억지로 이야기를 제자리로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도: 이야기는 해두었으니까! 너희들도 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너무 밖에 나다니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츠바쿠: 말 안 해도 밖에 나가고 싶지는 않은데ㅡ.

사메: 그렇지ㅡ♪

자네: …여기 신주, 진짜 괜찮은 건가?

카도: 그럼 우리들은 돌아가도록 하지…. 밖에서 호박 녀석을 기다리게 하고 있어서.

츠바쿠: 너 츤데레냐?

 

 그 후, 헤어질 때 두어 마디 서로 미움 박힌 말을 해대서야 자칭 신황제와 자친 관백은 신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들과 교대로 또 다른 손님이 왔다.

 

로지: 왜 그래, 시원찮은 얼굴을 하고 있네?

 

 툇마루에 앉아 있는 손님은 평균보다 키가 작은 츠바쿠라보다 한 단계 더 작았지만, 태도만은 다른 누구보다도 크다는 것을 츠바쿠라는 알고 있는 듯했다.

 

츠바쿠: ….

사메: 원래 츠바쿠라는 시원찮은 얼굴이잖아ㅡ.

로지: 그러니 물어본 거야. 무슨 문제가 없어서 지루해하고 있기라도 한 거야?

: 오늘은 손님들이 많네요.

로지: 과연, 먼저 왔던 손님이 있던 건가.

 

 시토도 쿠로지(鵐 黒巫鳥)는 야부사메, 츠바쿠라와 바깥에서부터 알고 있더너 사이로, 둘이 무현리에 왔을 때 휘말려 이 세계에 왔다. 지금은 무현리 인간 마을에서 배움터를 개설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는 듯하다. 여기까지 들으면 훌륭한 인물이지만, 그 돈을 모으는 방법이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츠바쿠: 야, 이런 걸 속담으로 뭐라 할 거 같냐?

: '우후죽순'이요?

사메: 우후후후…?

로지: '상대가 바뀌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인가?

츠바쿠: '산 넘어 산'이다.

로지: 엄하군, 모처럼 만나러 와주었는데.

츠바쿠: 네가 올 때는 항상 골칫거리를 같이 들고 오지.

로지: …골칫거리인지는 모르겠다만, 하나 부탁이 있어서.

츠바쿠: 아ㅡ, 그 뒤의 녀석이 관계되어 있는 거냐?

 

 츠바쿠라의 시선 끝에는 붉은 머리에 한쪽 팔을 짓누르며 생글생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과, 그걸 걱정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녹색 머리에 파란 후드를 뒤집어 쓴 인물이 있었다.

 

로지: 맞아, 호아카가 조금 부상을 입어서. 너라면 치료해줄 수 있지? 어차피 이미 연구시설도 만들어놨지?

아카: 이야ㅡ, 곤란하게 됐네…. 완전 너덜너덜하게 져버렸어.

: 조금만 더 있었으면 세 명 다 당할 뻔했지….

 

 시토도 호아카(鵐 頬赤)와 시토도 아오지(鵐 蒿雀)는 쿠로지와 혈연 관계로,  낯선 땅에서 자급자족을 할 만한 요령이 없어 쿠로지가 이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이것만 들어보면 훌륭한 인물이지만, 이를 길러주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츠바쿠라는 호아카의 상처가 난 정도를 똑똑히 보고선 일순간 진지한 얼굴이 되었지만, 곧 원래의 삼백안으로 돌아왔다.

 

츠바쿠: …오른팔, 팔꿈치부터 시작해서 다 없어졌을 뿐이네. 그 정도라면 바로 고칠 수 있을테니까, 따라와.

 

 통증에 익숙해져 있는 건지, 식은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표정은 부드러운 호아카는 츠바쿠라의 안내대로 신사 안으로 따라갔다.

 두 사람이 신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배웅하며 야부사메는 놀란 얼굴을 나머지 두 시토도에게 돌렸다.

 

사메: 호아카가 당할 정도라니, 엄청 강한 녀석이었던 거지!?

로지: 음…. 뭐, 그런거지. 꽤 고전했어.

: ….

 

 쿠로지는 명백하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했으나, '야부사메는 바보'라서 그런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그 후에도 근사 보고 겸 잡담을 하고 있자니, 츠바쿠라와 호아카는 금방 돌아왔다.

 

로지: 여전히 일처리가 빠르네.

츠바쿠: 말해두겠는데, 비싸게 붙일거다?

로지: 제대로 고쳐줬담 말이지.

: 괜찮아? 아카?

 

 아오지가 호아카에게 용태를 묻자 어색한 움직임을 하며 대답했다.

 

아카: 나, 호 아 카, 이 제 괜 찮 다.

사메: 으왁! 호아카가 로봇같이 됐어!

로지: …이거, 사이보그나 클론인간하고 바꿨을 뿐 아니냐?

츠바쿠: 난 팔을 인공으로 만든 걸로 교체해줬을 뿐이야.

아카: 괜 찮 다, 멀 쩡 하 다.

로지: …그럼 이건 호아카가 장난치고 있을 뿐이냐?

츠바쿠: 그런 거지 뭐…. 니네 집안, 겁나 귀찮아.

아카: 고 맙 다, 츠 바 쿠 라.

 

 이 호아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츠바쿠라의 경우라면 그 어느쪽도 가능성이 있다. …등등 쿠로지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생각해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쿠로지는 일찌감치 생각을 접기로 했다.

 

로지: 뭐,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해두지. 이 녀석을 못 쓰게 된다면 여러가지로 불편해서 말야.

츠바쿠: 사례보다는 치료비 말인데…. 뭐, 다루사케 500정도?

 

 곧바로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악덕신주를 상대로 엄청난 악당인 쿠로지는 별반 놀랍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로지: 치료비 대신,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주지.

츠바쿠: 앙? 제대로 값을 하는 내용이겠지?

로지: 물론이지.

 

 츠바쿠라는 믿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인간이 솔직하게 돈을 낼리가 없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결국 정보를 듣는 걸 선택한 것이다.

 

 『창공의 잔에 술을 따르고, 보잘것없는 사상에 프라이드를 블렌딩했을 때, 하늘이 거울을 깰 것이다.』

 

사메: 뭐야, 그게?

로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다. 술을 좋아하는 너라면 아주 달려드는 소재잖아?

츠바쿠: 흐ㅡ음, 카가미와리인가…. 확실히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야부사메: 무슨 말이야?

츠바쿠: 술에 관련된 소문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사메: 에에!? 그럼 좋은 거잖아!

로지: 그렇지?

츠바쿠: 하지만 신기하군 그래? 어째서 너 자신이 가지 않는 거지? 네가 아주 좋아하는 돈벌이 네타 아니냐 이거.

로지: 묘한 편견의 눈으로 뵈는 건 의외다만, 뭐 그건 내버려두지.

: 저희는 조금 다른 볼일이 있어서, 소문의 진위를 조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츠바쿠: 호오ㅡ, 그러니 이 정보를 치료비로써 유용하게 쓰려는 건가. 쓰레기를 줬네.

로지: 모처럼 손에 넣은 정보다.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는 게 득 아니겠어?

츠바쿠: 뭐 됐겠지. 이번에는 덤인 걸로 해준다.

 

 그런 협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를 이야기를 끝내면, 쿠로지는 문득 진베이 쪽을 보았다.

 

로지: 그건 그렇고, 그쪽이 센리 신사의 식신인가…. 처음 보는 게 되겠군.

: 처음 뵙겠습니다는 아닌데요ㅡ. 감도둑 씨.

 

 옅은 웃음을 띄고 있으면서도 분노의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진베이를, 그 쿠로지도 역시 눈을 돌렸다.

 

로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 별로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다구요? 제대로 개수도 기록해뒀으니, 머잖아 어떤 형태로든 물어주셔야 하겠어요. 절대로.

로지: 여기 식신은 꽤나 인색하구나, 츠바쿠라.

 

 말을 돌리고 싶은 듯 쿠로지는 갑자기 츠바쿠라에게 화제를 던졌다.

 

츠바쿠: 꽤 인색한 게 아니고, 완전 초 드레드노트 급으로 인색하다.

로지: 그거 참 고생이겠군, 동정해주도록 하지.

: 저에게도 들리도록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각오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 말을 가볍게 넘겨들은 쿠로지는 그럼, 이라 말하며 일어섰다.

 

로지: 그럼, 이 이상 여기 있을 이유도 없어보이니 슬슬 가보도록 하지.

츠바쿠: 다신 오지 마라.

로지: 우리 집 녀석들이 다치지 않는다면 말이야.

 

 맞아, 하며 쿠로지는 주머니에서 잔돈을 조금 꺼내 툇마루에 내던졌다.

 

로지: 그래도 아예 안 내면 잠에서 깨는 게 좀 힘들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정도는 지불해줄게.

츠바쿠: 너 치곤 드문 일이네, 라고 일단 말해두기는 하겠다.

 

 경단 한 개조차 사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은 직접 보지 않아도 툇마루에 던져지는 잔돈의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로지: 이걸로 다 갚은 거다.

츠바쿠: 개소리 하지 마.

 

 츠바쿠라의 반론을 무시하고 쿠로지는 그럼 나중에, 라며 호아카와 아오지를 데리고 돌아가버렸다.

 

 ―이변을 눈치챈 것은 야부사메였다.

 

사메: 있지, 있지, 츠바~ 이거 대단해ㅡ.

 

 무언가를 발견한 야부사메는 츠바쿠라에게 말을 걸었다. 츠바쿠라도 야부사메가 보고 있는 쪽을 바라보니, 조금 놀란 듯했다. 그리고 어쩐지 질린 듯한 표정을 하는 듯 보였다.

 아까 쿠로지가 내던졌던 잔돈…. 그것들 전부가 앞면도 뒷면도 보이지 않은 채 세워져 있었다. 쓰러지는 일 없이 조금씩 굴러가는 잔돈을 바라보며, 츠바쿠라는

 그 녀석, 완전 쓸데없는 재주를 배웠구나… 하고, 소극적으로나마 쿠로지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누구보다도 놀랐던 것은 진베이였다. 그리고 진베이가 놀란 이유는 다른 두 사람과는 달랐다.

 

: 그런가요…. 슬슬 시기가 되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리 중얼거리며, 진베이는 소리도 내지 않고 신사 안으로 사라져갔다.


ㅡ센리 신사, 참뱃길에서

 

 센리 신사에서 돌아가는 길, 시토도 일가는 여태까지 있던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카: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쿠로지이.

로지: 물론 소문으로 떠도는 보물이라 여겨지는 걸 가지러 갈 거다. 그리고 '쿠로지이'라고 부르지 마.

 

 그 말에 아오지는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했다.

 

: 어? 하지만 오늘은 위험하니까 멀리 안 나가는 거 아니었어?

아카: 뭔가 전쟁 놀이도 한창인 것 같고 말야.

로지: 전쟁 놀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 역시 그 녀석이 노리는 건….

 

 아오지가 그 녀석이라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했을 때 쿠로지, 호아카 모두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로지: 뭐, 녀석은 츠바쿠라가 움직이면 그쪽에 낚이겠지.

아카: 그래서 츠바쿠라를 부추겼구나.

로지: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그 두 사람 정도니까 말이지.

: 어떨까…. 괜찮으려나…?

 

 불안하게 걱정하는 아오지를 아랑곳않고 쿠로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로지: 좌우지간, 녀석과 다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면서 보물을 얻을 거다.

아카: 요약하면 언제나처럼 극악무도한 악행을 한다는 소리구만.

: 또 다시 죄를 쌓는구나….

로지: 역사와 같이 거듭 쌓아올리는 것으로 가치를 만드는 거지.

 

 쿠로지의 자기합리화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아오지는 말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다.

 

: 절대 아냐.


ㅡ다시 센리 신사, 경내에서

 

츠바쿠: 나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 라고는 하지만…, 개뿔이나.

사메: 엄청 어질렀네~

츠바쿠: 그런 게 있으니, 최근 이 근처가 불온한 거 아니겠냐?

사메: 쿠로지 씨가 원인인 거야!?

츠바쿠: 일단 연루되어있다, 정도는 생각해도 괜찮겠지.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츠바쿠라는 여전히 의욕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 시온 쨩 등장ㅡ!

츠바쿠: 으악!

 

 갑자기 머리 뒤에 무거운 게 달려들어 하마터면 날아가버릴 뻔한 츠바쿠라였지만, 어떻게든 툇마루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츠바쿠: …왜 네가 신사 안에서 튀어나오는 거냐?

: 츠바쿠라 만나러 왔지♪

사메: 시온 쨩~, 어떻게 나온 거야?

 

 둘에게서 시온이라 불린 이 아이는, 이전 일어난 이변을 원인으로 태어난 혼의 융합체이다. 사람의 혼을 먹이삼아 살아가기 때문에 폐인을 양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사에 격리되어 있으며, 평소에는 신사 안에서밖에 활동하지 못하도록 봉인되어 있기 때문에 툇마루까지는 오지 못할 터였다.

 

: 제가 봉인을 풀었습니다.

츠바쿠: …어째서 이런 귀찮은 짓을 한 겁니까?

 

 츠바쿠라의 모자에 달라붙은 시온의 무게를 목으로만 버티면서, 츠바쿠라는 어떻게든 자세를 원상태로 되돌렸다.

 

: 이번에는 되도록 여럿이 가는 편이 좋을 거예요. 그러니 시온 씨도 부탁드려요.

츠바쿠: 언제 저희가 나가는 얘기가 된 겁니까?

: 츠바쿠라 씨도 건강을 위해 가끔은 밖에 나가 전쟁이라도 해주고 오는 편이 좋지 않나요?

: 히키코모리 츠바쿠라~

츠바쿠: 연금되어있는 네가 할 말은 아니다.

 

 머리 위에서 시온이 흔들거릴 때마다 그거에 따라 머리가 흔들흔들 흔들리는 츠바쿠라가 반박했다.

 

사메: 시온 쨩은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걸~

: 맞아! 츠바쿠라하고는 완전 달라!

츠바쿠: 네, 네, 그러십니까.

 

 잠겨 있는 츠바쿠라는 곁눈질로, 진베이는 경내의 하늘을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 그리고…. 아무래도 성가신 일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어떻게든 해주셨음 좋겠어요.

츠바쿠: 하? 뭡니까, 성가신 일이라는 게?

: 뭐, 그 근처를 걷고 있으면 발견할 거예요.

 

 왜 이렇게 대충 지시를 하는 거야, 이 꼬마는…. 이라고, 아무래도 연상일 터인 식신에게 츠바쿠라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츠바쿠: 시온도 쓴다는 소리는, 신사를 비울 정도로 엄청난 일이라는 겁니까?

: 적어도 얕보지 않는 편이 좋아요, 이번에는.

사메: 재밌겠다~

: 오랜만에 나가는 산책이네~

츠바쿠: …나는 안 좋은 예감밖에 안 든다.

 

 센리 신사 신주 일동, 전장을 향해 (겨우) 진출한다.


ㅡ센리 신사, 어떤 곳에서

 

: 하지만,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냥ㅡ. 오늘 하루만으로도 기습은 21번이나 실패했는뎅

: 정면으로 기습해도 안된다는 소리겠지ㅡ.

 

 카타노 스쿠네(片埜 宿禰)와 키츠가이 세세(乞骸 セセ), 센리 신사의 신주들에게 복수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 요괴들은 신사의 어느 장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 등 뒤에서도 안됐었잖냥ㅡ.

: 그게 아니라, 힘겨루기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소리야ㅡ 아직은 말이지.

 

 세세의 발언에 스쿠네는 의아해했다.

 

: 그럼ㅡ, 요리 대결이라도 할꺄~? 실력에는 자신이 있다갸

: 그것보다! 저 녀석들보다 먼저 보물을 찾아낸다…, 이건 좀 짜증나지 않겠냐?

: 과연! 역시 세세, 두개골에 든 게 좋넹.

: 하지만 세세들만으로는 무서운데….

: 우~응…. 그렇다갸냥.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요괴 둘은 몸을 숨긴 채 머리를 피우고 있었다.


ㅡ센리 신사, 툇마루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센리 신사에는 또다시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 음~ 뭐야~? 그 둘은 부재중이야? 모처럼 만두라도 나눠주러 왔는데~ 얇피로 괜찮았으려나.

 

 즈이펑 텐카이(瑞風 天堺)는선대 신주인 센리 츠루바미(闡裡 鶴喰) 오른팔이었다. 현재는 결계상에 속해 있는 결계사로, 야부사메와 츠바쿠라 두 신주와는 모두 안면이 있었다. 텐카이는 그 두 신주에게 용건이 있는 듯했지만, 둘은 이미 진베이가 쫓아낸 뒤였다.

 

: …어라~, 오랜만이네요. 쇠똥구리 텐카이. 여전히 결계 다루는 게 매우 서툴다고 들었어요.

 

 텐카이가 왔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툇마루에 앉아있던 진베이는 짓궂은 얼굴로 히죽거렸다.

 

: 처음 들었던 독설, 변함없이 반할 정도야. 센리는 항상 이렇지.

: 츠루바미 님이 사라진 지금, 이제 여기에는 더 이상 용무가 없는 거 아니었나요?

: 최근은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아서.

: 흐음.

: 두 사람에게 여행기를 들려줄 셈이었는데…. 없다면 어쩔 수 없지.

: …마음에 드신 건가요? 그 두 분.

: 별로 그런 건 아닌… 근데, 음?

 

 ―텐카이가 여기서 말을 끊은 것은 시야에 이변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진베이가 앉아있는 툇마루 아래, 마침 진베이의 발 근처에서 네 개의 작은 광점이 꿈틀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빛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 빛이 누군가의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진베이의 다리 사이로 두 개의 그림자가 텐카이를 향해 힘차게 튀어나왔다.

 

: 텐카이다ㅡ!!

: 텐카이댜ㅡ!!

 

 그림자의 정체인 두 사람은 기세를 꺾지 않은 채 텐카이의 양팔에 각각 매달렸다.

 

: 으억!

 

 허를 찔린 결계사는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이들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갑자기 몸의 무게중심이 뒤로 밀리는 바람에 발이 미끄러졌으나, 땅에 몸을 부딪치지 않고 그대로 두 팔이 매달린 채 끌려가는 형태로 툇마루에서… 그리고 신사 그 자체에서 떨어져 나갔다.

 

: 자, 잠깐, 뭔데에에에!!?

 

 텐카이의 의문의 외침에 대한 대답은 "너 강하다, 도와줘" "도와달라냥"이라 하는 요령부득의 대답이었다.

 

 ―이리하여 신사에서 끌려나가는 텐카이를 멀리서 바라보며 진베이는 차를 한 모금 홀짝거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바로 앞의 땅을 바라보니 종이에 싸인 상자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텐카이가 가지고 온 선물같았다. 아마 속은 만두일 것이다. 그것도 얇피인.

 진베이는 지그시 그걸 보며, 입에서 흘러나오듯

 언제부터 여기는 유치원이 되었을까요.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진베이는 겁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유치원이라면, 제대로 교육시켜 주어야지…."라는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가, 그 때 일어난 일의 프롤로그인 셈일까.

 

 그 녀석은 "이번에도 츠바쿠라 님의 활약을 기록할 수 있겠구나♪"

 

 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죽일 때의 즐거움을 늘리기 위해서였겠지.

 

 …정말이지, 퍽도 좋은 성격이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