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 트릭 노스탤지(JinX)
퍼블리셔 : 트릭 노스탤지(JinX)
출시일 : 2013/11/18(풀버전, v1.00a)
마지막 업데이트일 : 2018/06/02(v1.20a)
장르 : 횡스크롤 탄막 슈팅 게임
플레이방식 : 싱글 플레이어 스토리 모드
플랫폼 : Windows XP/Vista/7/8
공식 사이트 : 트릭 노스탤지
공식 무료 다운로드 : Freem!
모든 스크립트의 저작권은 제작자 JinX에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크립트는 영문 연연 위키(Len'en Shout wiki)에서 가져왔으며, 번역은 배포된 유저 한글패치를 일부 참고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글은 PC버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오역, 오타 지적은 댓글로 편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캐릭터 이름의 색은 천영전기에서 사용된 컬러코드(참조) 및 공식 OST 영상의 배경을 참고하여 지정하였습니다.
ー센리 신사에서ー
무현리(无現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나라에도 시간이 흐르는 방식은 변하지 않고, 단지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내려, 계절과 경치도 함께 변한다.
고즈넉한 무늬의 빗장으로부터, 어떤 자에게도 차단되는 일 없이 내리쬐는 아침 햇살이 낮 시간을 알리기 몇 시간 전의 일. 뱀은 구덩이에 들어가고, 색채를 입는 데에 싫증이 난 경승이 단묵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함에 있어서 눈화장의 준비를 정돈하려 하는 그런 계절.
요컨대 늦가을.
이 나라에 자리 잡는 센리(闡裡) 신사의 새로운 신주들은, 밖과는 조금 다른 생활에 겨우 익숙해지기 시작한 참이지만 그 이단의 땅에서 새롭게 쌓아 올린 평범한 일상이라는 이름의 사상누각도, 나뭇잎조차 날아오를 수 없는 이 날의 들판으로 인해 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사의 주방에서, 신주 대리를 떠맡게 된 호렌 야부사메(鳳聯 藪雨)는 두 개의 찻잔에 먹물처럼 시커먼 물을 붓고 있었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그것들은 다 부으니 콧노래를 부르며 그 밑에 놓여 있던 쟁반째 찻잔을 들고, 그 내용물이 커피로써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부사메가 그 커피의 반입처라고 정하고 있는 이 신사의 또 다른 신주 대리, 엔라쿠 츠바쿠라(燕楽玄鳥)를 찾는 거라면, 그 연구실(츠바쿠라의 자실)이나 경내 툇마루를 한 바퀴 돌아 경치라도 구경하며 찾아보면 좋겠거니. 대개는 그곳에서 수상한 실험이라도 하고 있거나 결신이라도 하며 멍하니 있는 척을 하겠지. 그 증거로 오늘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두꺼운 책을 만지작 거리며 흠신하는 츠바쿠라를 야부사메가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야부사메: 어라? 아직 공부 안 끝났어?
츠바쿠라에게 당도한 야부사메는 의외인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쟁반에서 뜨거운 거 한 잔을 츠바쿠라에게 내밀었다.
츠바쿠라: 으음... '공부'라면 이미 끝났어. 하지만 할당량을 채우는 건 아직이다. 앞으로 16번 정도 남았으려나.
한쪽 손으로는 야부사메가 내민 뜨거운 걸 받으며, 또 한 쪽 손으로는 책을 넘기며, 어깨를 수그리며 고개를 가로젓고, 눈을 감으며 눈썹을 찡그리고, 입에서는 혀와 함께 한 숨을 내쉬고 있는 츠바쿠라의 모습은 과장되게도 그 지루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상대에게 알기 쉽게 전해지도록 하고 있는 것 같으며, 평소부터 낮았던 듣는 이의 이해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호렌 야부사메, 엔라쿠 츠바쿠라ーー이 둘은 이 세계, 무현리에 갇힘과 중요한 역할(신주)이 맡겨진 몸이었다. 이왕 맡길 거면 무녀를 시키는 게 좋았을 거라고 푸념하는 야부사메와, 이왕 맡길 거면 주주를 시키는 게 좋았을 거라고 푸념하는 츠바쿠라였으나 그 후 그 일에 대해 둘이 이야기ー가위바위보ー를 하여 나름대로의 역할 분담을 끝내 놓았다. 그 결과, 수수하고 까다로운 모든 일들이 츠바쿠라에게로 돌아갔고, 나날이 신사의 관례나 유서, 신사나 무현리의 역사 등을 어떤 인물에게 날마다 주입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 편 야부사메는, 요리나 청소, 세탁 등의 집안일 전반을 도맡아, 딱딱한 신사와는 거리가 먼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야부사메가 내민 찻잔을 받아든 츠바쿠라는, 전달받은 물건에 들은 것이 통상적이라면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인식하며, 그것을 입에 넣었다.
입 안에서 검은 액체를 혀 위에서 마음껏 미끄러뜨려, 맛을 제대로 음미한 후 그대로 목구멍으로 흘려보낸 츠바쿠라는 한 숨 돌린 뒤, 야부사메를 보곤 히죽거렸다.
츠바쿠라: 이 세계에 와서도, 네 팔은 건재한 것 같군.
야부사메: 그걸 마시고도 그렇게 말하는 건 아마 츠바쿠라 뿐이겠지만 말이야ー.
그리 말하며, 야부사메는 고개를 갸웃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 무엇인가요, 그것은?
뒤에서 들려오는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야부사메가 뒤돌아본 앞에 있는 것은, 암묵색의 머리를 늘어뜨린 아이의 모습이 있었다. 1년 내내, 민소매의 하오리를 걸치고 있는 그 아이는, 주위에서는 하오리에서 유래된...
야부사메: 아, 진베이 군.
이라고 불려지지만, 본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가을바람도 철새를 쫓든 날아가기 시작해 몸을 떨기에 충분한 하늘 바람과 일 년 만의 재회를 이루는 이런 계절에도, 진베이는 태연한 얼굴로 진베이하오리를 맨 살에 한 장만 유유히 걸치고 있었다. 덧붙여서 이 인물이 츠바쿠라의 교사여서, 때때로 츠바쿠라는 진베이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부사메: 커피야, 혹시 몰라?
진베이: 음~, 물론 들어본 적이야 있지만, 저는 찻잎으로 만든 것 정도밖에 마시질 않아서...
츠바쿠라: ! 아~, 괜찮다면 선생님도 한 입 어떠십니까? 무엇이든지 도전해야 하는 법이잖아요.
묘안을 생각해 냈는지 츠바쿠라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마음속 깊이 감추고, 본 때를 보인다는 듯 자신의 찻잔만 홀짝거리며 나머지 찻잔 하나를 진베이에게 권했다.
진베이: 괜찮은 건가요? 야부사메 씨 거는...
야부사메: 엇, 으음... 아니, 나는 괜찮아~
야부사메는 노골적으로 당황했으나, 진베이는 그것을 그저 사양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최대의 패인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몇 초 후였다.
진베이: 그러면, 말씀에 응하여...
어린 키의 진베이에 맞추어 쪼그려 앉은 야부사메에게서 진베이는 찻잔만을 받아들고, 그것이 내뿜는 김에 코를 축였다.
진베이: 헤에~, 이상한 향기네요. 머리 뒤쪽이 찡한 그런... 이게 콩을 우린 차인가요...
그렇게 말을 끝냄과 동시에 그 검은 물을 입에 담은 진베이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는 츠바쿠라는, 성공했다 생각하며 싱글벙글했다.
선선한 얼굴을 하고 있던 진베이의 얼굴이 변모해 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야부사메: 어, 음... 괘, 괜찮아? 진베이 군?
울먹이면서도 입 안의 것을 오기로 인후 깊숙이 밀어 넣은 진베이는, 숨을 헐떡이며 츠바쿠라를 노려보았다.
진베이: 절 꾀셨군요...
츠바쿠라: 이런이런, 무심코 말이에요.
장난스러운 마음을 숨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츠바쿠라를 원망하듯 바라보는 진베이를 뒤로한 츠바쿠라는 태연하게 같은 함유물의 액체를 쪼고 있었다.
역시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이 맛은 안되는구나...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오늘은 독극물이 안 들어간 만큼, 좀 더 나은 편인데 말이지... 라고 생각했다. 야부사메는 '츠바쿠라 전용 두 잔'하곤 별개로 자기용으로 부엌에 두고 온 '특제가 아닌' 커피 맛을 그리워하면서, 진베이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동정하는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원래 자신은 홍차파였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내일이라도 찻잎을 사러 가볼까... 하며, 당장 일정을 짜는 일에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일이 되어도 야부사메 본인이 그 일정을 기억할 확률은 천문학적으로 낮지만...
진베이: 뭐, 뭐... 괜찮겠죠, 이건 외상으로 해두고... 지금은 과거의 상환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패배를 인정하며 진베이는 점차 평정을 되찾아가며, 찻잔을 야부사메가 들고 있는 쟁반에 난폭하게 돌려놓곤 화제의 노선을 바꾸었다.
츠바쿠라: 그거라면, 지금 막 101번째 다 읽은 참입니다만.
진베이: 어? 뭐야,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되겠네요. 꽤 빠르시네요.
츠바쿠라: 유서와 역사를 번뇌의 수만큼 읽게 하다니, 진부한 수련이라고 생각됩니다만. 102번째.
진베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죠~
츠바쿠라: 암기라면 한 번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말이죠. 103번째.
진베이: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이건 관례니까요!
야부사메: 츠바쿠라는 교활하니까 말이야~ 정말 제대로 읽고 있다고 하긴 하던데.
츠바쿠라는 둘의 말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바람으로 자신의 머리가 휘날릴 정도의 기세로 책을 넘기며 읽어가다 몇 초 후 쾅하고 그것을 닫았다.
츠바쿠라: 그래서, 이렇게 공들여 만든 가짜를 쓴 장난의 성과를 보러 온 건가요?
진베이: 오, 역시 들키고 말았나요.
야부사메: 에, 무슨 말이야?
진베이: 사실 그건 제 창작품입니다만, 어떠셨나요?
츠바쿠라: 번뇌를 의식하며 108번 읽으면 수수께끼가 풀리는 구조는 재미있었습니다. 내용은 혹독합니다만.
진베이: 이거야 원, 만만치 않네요... 뭐, 실은 지금 와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말이죠.
야부사메: ...? 그럼 그 이외에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야?
진베이: 어... 으음, 오른손을 봐주세요.
그러면서 진베이는 툇마루에서 보이는 경치에 오른 손바닥을 갖다 댔다. 진베이의 손에 의해 야부사메와 츠바쿠라의 시선은, 진베이의 얼굴, 어깨, 팔, 손바닥, 손가락 끝, 그 끝의 경치로 옮겨지며,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연장상에 있는 하늘에 도달했다.
오늘 무현리의 날씨는,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멋진 가을 날씨였다.
세 사람이 마주한 한 점의 하늘을 제외하고...
야부사메: 우와, 날씨가 많이 흐리네~
야부사메는 눈을 부릅뜨며 진베이의 손바닥 위의 연장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선 끝에는 맑은 하늘 가운데 유일하게 거대한 구름이 유아독존하고 싶다는 듯이 떠 있었다. 다른 곳의 날씨는 맑음에도 불구하고 그곳만 이상하게 흐린 것은, 상당히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그곳에 구름이 모이고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처럼, 바람에도 휩쓸리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것에 순종하듯, 구름 밑의 세계는 그야말로 상야의 나라 같은 모양새였다.
츠바쿠라: 며칠 전부터 저렇군. 저 상태라면 계속 자유로이 잘텐데,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야부사메: 아, 그래?
얼빠진 목소리를 경내 뜰에 울려 퍼지게 하면서도, 야부사메의 시선은 흐린 하늘에 못박혀 있었다.
츠바쿠라: 그래서, 저 묵극중의 구름이 뭐가요? 그 안에 천공의 성이라도 있는 건가.
츠바쿠라는 귀찮다는 듯한 내심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말투로, 스승인 진베이를 찾았다. 그에 반해 진베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츠바쿠라와 야부사메를 바라보았다.
진베이: 모르죠, 제가 그런 것도 아니고.
야부사메: 에ー? 무슨 말이야?
야부사메는 시선을 흐린 하늘로부터 진베이에게로 옮겼고, 나른해 보이는 츠바쿠라 대신에 질문하였다.
진베이: 글쎄요?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닐까요, 시가에서 유명한 그.
츠바쿠라: 단순한 게 아니니까 이상한 거고 이변이 된 게 아닌가? 하아...
츠바쿠라는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이 되는 건지, 한숨과 결신과 말을 절묘하게 블렌딩한 것을 목구멍에서 내뱉으며 기지개를 켜곤, 그 자세 그대로 툇마루에 누워선 마지막에는 눈마저 감아버렸다.
야부사메: 이변이라고ー? 무슨 말이야?
진베이: 뭐어, 누군가 흉계를 부려 저런 꼴이 되어있다는 걸까요.
야부사메의 멍청해 보이는 질문에 진베이는 친절하게도 대답했다. 어쨌든 야부사메가 그것을 이해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부사메: 흉계라고?! 어, 어쩔 거야, 츠바쿠라?!
츠바쿠라: 그거야... 누군가가 어떻게든 해야겠지.
바람기 가득한 야부사메의 질문에, 의욕 없는 츠바쿠라의 응답이 미지근하게 되돌아왔다.
야부사메: 헤에ー... 그래서, 누가 어떻게 할 건데?
그 대답을 듣고 싶지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츠바쿠라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야부사메는 순진한 질문을 던졌다.
진베이: 물론, 당신들이 어떻게든 해주셔야겠지요.
야부사메: 엣
아연실색하는 야부사메와, 한 편으로는 이미 체념한 츠바쿠라가 몸을 일으켰다. 평소의 밋밋한 표정으로 복귀하곤.
츠바쿠라: 초과 근무 수당이 나온다면 말이죠... 가서 뭘 하라고요?
진베이: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시고, 갈 때까지 가서 제물이되든지 말든지, 수단이나 방법 같은 건 모두 마음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그 말에 츠바쿠라는 혀를 내밀었다.
츠바쿠라: 어째서 최고위의 성직자 스스로가 희생양이 돼야 하는 거야...
야부사메: 히토바시라(제물)...?
진베이: 죽을 마음 없는 자는 모름지기 죽어야 한다. ...라는 것이 이 세상의 상례예요.
츠바쿠라: 업무내용과는 일탈되어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만.
야부사메: 초과근무...?
진베이: 지갑은 누가 쥐고 있는지, 다시 그 저녁 식사를 떠올리게 해드릴까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2%도 이해하지 못하는 야부사메를 무시하는 듯, 진베이의 언어 총구는 두 사람을 향했다.
츠바쿠라: 으, 연근인가.
야부사메: ! 싫어~, 연근 질렸어~!
이 부분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야부사메는, 이것을 계기로 왠지 모르게 이야기의 흐름도 알 것 같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진베이: 차라리 전부 없어도 저는 괜찮답니다.
센리 신사 대대로 내려오는 식신은 그리 말하면서, 밝게 웃었다. 그것은 야부사메에겐 귀엽게, 츠바쿠라에겐 불쾌한 웃음이었다.
야부사메: 저녁밥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네!
츠바쿠라: 공포정치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곧 증명해 보이도록 하죠.
진베이: 네네, 입으로 일하실 건 아니죠?
불만스러운 츠바쿠라의 말과 시선을 무시하며, 진베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진베이: 그렇네요... 표면상, 집을 보는 사람이 있는 편이 좋으니, 두 분 중 어느 분이 현지로 향할지 결정해주세요.
야부사메: 호ー이.
츠바쿠라: 헤ー이.
흔쾌히 대답(?)을 하는 두 사람이지만, 당연히 어느 쪽도 "자신이 간다"라는 귀찮은 일을 할 생각은 털 끝만큼도 없었다. "누가 가는지 결정할 방법을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지만, 그건 그거대로 해두자.
ー인간 마을로부터 조금 떨어진 숲 안ー
마을에서 길을 벗어나 숲 속을 조금 벗어나 있는 그 끝에, 작은 개척지와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이 있다. 거칠고 허술하게 지어진 그 허름한 오두막집은 약간의 비바람을 막아내기에는 충분하겠지만, 폭풍우가 몰려오는 날에는 '쾅'하고 좋은 소리를 내며 쓰러질 것 같을 정도로 미덥지 못했다. 그곳에는 기척도 복장도 비슷한 세 사람이 살고 있었다.
호아카: 오늘은 비가 올 모양이구만.
창 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불꽃같은 붉은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의 실루엣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촛불과 밖에서 들어오는 빛 이외에 비추는 것이 없는 어둑어둑한 방 안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비가 오면 매우 지루해지는 것이었다.
아오지: 요즘 계속 그 말만 하고 있네, 아카는.
통나무를 잘라낸 것뿐인 수제 의자와 책상에 엎드리며, 가냘픈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답하는 초록색 머리의 푸른 사람의 그림자. 이 비슷한 모습을 한 두 사람은 이 곳에 살고 있었다. 갑자기 들은 적도 없는 나라로 날아와, 재산도 주거지도 식량도 없는 상태에서 한 달간 죽기 살기로 살아왔지만, 최근에 와서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과 식량 확보, 오두막집 가건설... 그것들이 갖춰진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금이었다. 그 자금에 대해서는, 여기에는 없는 또 한 사람이 현재 일을 찾으러 갔고, 이 두 사람은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기보다는,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모양이다.
호아카: 그치만 계속 이런 날씨잖아?
아오지: 그렇게 말해도 한 번도 내린 적 없지만 말이야.
호아카: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꿈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네 탓이야.
아오지: 에에......
요령부득인 이야기만 하는 걸 보면 두 사람은 상당히 한가한 모양이다.
쿠로지: 한 번만 더 묻는다... 어째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거냐?
잠시 후, 돌아온 검은 머리를 한 양산형은 눈썹을 중앙으로 향하며 나머지 두 사람을 정좌로 앉히고, 자신은 의자에서 다리를 꼬며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오지: 그... 너무 할 일이 없어서...
막냇동생인 아오지는 쿠로지의 시선을 피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쿠로지: 내가 나가기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돈이 모이면 제대로 된 집을 지을 테니, 이 참에 목재를 모아둬라"라고.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다만, 어째서 이 곳에는 한 그루도 베어낸 나무가 없지? 이제부터 환영으로 나올 셈인가?
아오지: 죄송합니다...
쿠로지: 너희들, 잘 들어. 조금은 생활이 편해졌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엔 변함이 없다. 우리는 한 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타파해야 해, 그러니 일분일초를 소중히 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이 꼴이 뭐냐!
호아카: 일분일초가 소중하면, 이런 설교 같은 건 할 틈이 없지 않아?
반성하는 척조차 하지 않는 호아카가 천장을 쳐다보며 비아냥 거렸다.
쿠로지: 다음부터 별 상관없는 걸로 입을 열었다간, 오늘 저녁밥은 없는 줄 알아.
후, 어쩔 수 없나... 라는 말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호아카는 한 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쿠로지: 이제 됐어. 어찌 됐건, 일을 구하고 왔어.
아오지: 어?! 일자리 찾은 거야?
쿠로지: 아니, 고용주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만, 근처 마을에 최근 어린이들부터 시작해서 성인의 학력저하가 현저하다고 노인들이 푸념하고 있었다.
아오지: 아, 그러면!
이야기의 흐름을 짐작했는지, 아오지는 기쁜 듯 소리를 높였다.
쿠로지: 배움터를 개설하는 걸로 한밑천 잡았다!
아오지: 학자 일가, 시토도 가가 나설 차례구나!
떠드는 아오지를 보고 미소를 짓는 쿠로지는, 문득 호아카 쪽을 바라보았다. 그 말들을 또박또박 듣고 있었던 호아카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가리키며, 무언의 주장을 호소하고 있었다.
쿠로지: 너는... 초중학생 수준의 수업을 담당하던가, 아니면 경호원을 하는 쪽이려나...
순전히 무식하다는 말을 들었던 호아카는 어디까지나 말없이 "네~"라고 입모양만으로 대답하였다.
쿠로지: 거기서 한 가지 제안이 있다만, 배움터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오지: 에ー... 우리 이제 막 여기 온 참인데...
쿠로지: 그래, 그러니 매명행위가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나?
아오지: 으ー응, 그렇지만, 뭘 해서 이름을 날릴건데?
쿠로지는 제스처로 재주를 부리고 있는 호아카를 진지하게 보며 말을 계속했다.
쿠로지: 어릿광대나 신악(神楽)에 자신이 있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아오지: 예를 들자면?
쿠로지: 요즘 날씨가 꽤 오랫동안 흐리지?
아오지: 응, 요즘 계속 그렇네.
쿠로지: 항간에서는 이것을 신이나 요괴에 의한 이변이라 하여 떠들썩하다.
아오지: 흐ー응, 정말 그럴까?
쿠로지: 사실,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이런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이 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고, 원래는 신사에 근무하는 녀석이 그것을 매번 해결한다던데...
아오지: 신사라면... 야부사메랑 츠바쿠라가 있는 거기?
쿠로지: 아아, 그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 정도의 자연현상은 억지로라도 금방 해결할 수 있을 터이지.
쿠로지의 그 말에 아오지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응, 응, 하고 납득했지만 그것과 함께 의문도 떠올라, 쿠로지에게 물었다.
아오지: 하지만 아직 흐린걸?
쿠로지: 음, 아마 그 녀석들은 아직 이변에 대해서 모르거나, 혹은 이 현상이 이변이라고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아오지: 아, 신사는 여기서부턴 꽤 머니까.
쿠로지: 그래, 그러니 이건 기회다.
아오지: 에?
쿠로지: 이 이변을 우리들의 손으로 해결하면, 우리들의 명성은 올라가고, 고이노보리! 하늘까지 올라가 용이 된다!
아오지: 그렇게 잘 될까나~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아오지는 엄살을 떨었다.
쿠로지: 어차피 한가한데, 할 만큼 해봐도 되겠지.
방금 전까지 자신이 했던 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말로, 쿠로지는 아오지를 설득하려 한다.
아오지: 으ー응... 어떡할래, 아카?
아오지가 의견을 구하자 호아카는 샘업하며 활짝 웃었다.
불안한 듯한 아오지와 의욕이 가득 찬 모양새를 하고 있는 호아카를 번갈아 보며 쿠로지는 좋아, 하고 단말마를 내뱉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창 밖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쿠로지: 결정되었군. ...그럼 우선은 개별행동으로, 각자 정보 수집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이념을 품으면서도 표면상으로는 결탁하고, 잘 세워지지 않는 수제 나무 문은 소리를 내며 세 명의 작은 새들을 배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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