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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녹차라떼 얼음조금
KPC. 닐 디란디
PC. 티에리아 아데
...
이 이야기의 끝에선, 무언가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닐 디란디 그 자체건, 티에리아 아데의 삶이건 말이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BGM : たばこ piano cover ◁ Link
닐 디란디가 떠나버린 날 이후로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닐이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
오전 11시.
티에리아 아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티에리아 아데:생각해보면… 시계를 몇 번이고 보아도 <오전 11시>라는 숫자만이 눈에 들고 그 실감은 제대로 나지 않은 날이 매우 많은지라,
-그렇게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던 당신의 귀에, 문득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티에리아 아데:...! 잠시만,
이 시간에, 그것도 당신의 집에 들어올만한 사람이 있던가요?
문을 연 것도 모자라, 이젠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티에리아 아데:(무기력한 눈으로, 반사적인 몸짓으로 서랍을 열어 총을 꺼내들려 하고)
당신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닐 디란디:여, 티에리아. 집 안이 왜 이래?
티에리아 아데:…!(손짓 멈추더니)
맞습니다. 닐 디란디예요.
하지만 그는 분명, 죽었잖아요.
티에리아 아데:
닐 디란디: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엉망인데.
티에리아 아데:... ...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록온.
닐 디란디:...그런 뜻이 아니라. (잠시 뜸을 들이다, 집 안을 둘러보고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고) 그래도 나름 사람 사는 것처럼은...
아니, 잠시만요.
뭐가 "청소부터 하자,"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닐 디란디가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살아있었느냐거나, 하여간. 궁금한 것이 많지 않나요?
티에리아 아데:록온 스트라토스!
닐 디란디:(멍한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하다가,) 우선... 진정 좀 해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반응이야. 일단 당장은 환영이 아니라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이라고.
티에리아 아데:그렇게 금방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근데, 지금 나는 무척이나 지쳐있거든요. 당신이 죽은 이래로, 톨레미는 뿔뿔이 흩어져서……. 기억하기나 합니까?(지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이 죽은 날을.
닐 디란디:흩어졌다고? 대체 어떻게 된... . 내가 죽은 날이야 잊어버렸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해. 티에리아 아데. 혼란스러운 건 충분히 알겠지만, 이번엔 헛것 따위가 아니라니까. 아직도 의심되면 확인이라도 해봐.
티에리아 아데:(여전히, 눈살은 찌푸려져있고 몰골은 사나웠으나, 허나 그 감언이 티에리아를 놓지 않아 하는 수 없는 듯, 그러나 무언가에 이끌리는 듯 천천히 손을 뻗어 닐의 손을 더듬고,) …당신은 언제나 장갑을 두 손에 끼고 있었죠. 지금도 그 장갑은 당신 두 손에 잘 있던가요? 만지는 것만으로는, 보는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그래요. 당신이 죽고 솔레스탈 비잉은 그야말로 소멸했어요. 그게 당신 탓은 아닙니다.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그 원인 중 하나가 당신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죄책감이라는 것에 짓눌려 팀을 나갔고, 프톨레마이오스를 보수하고 있는 건 이안 바스티와 펠트 그레이스 정도가 고작. 세츠나 F. 세이에이와 알렐루야 햅티즘은 실종. 믿겨지나요?(담담하게, 시선을 맞추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닐 디란디:(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입술을 달싹이다 말고 미세하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이내 가벼운 태도로 그런 기색마저 털어내고.) ...그렇군. 이해했어.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내 탓이 아니라곤 할 수 없겠다는 것도.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그러니까... 힘들어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만. ...솔레스탈 비잉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말을 고르듯 입을 닫고 숨을 한 번 들이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오늘 하루 네 곁에 있는 것뿐이야. 저지른 일을 돌아보기보단, 내겐 이 먼지구덩이 속에서 사는 널 걱정하는 편이 낫겠어. 아직도 네 눈앞의 내가 환상이라고 생각하나?
티에리아 아데:(티에리아 아데는 침묵한다. 대답 대신 붙들고 있는 손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매만질 뿐이었다. 몇 십 초의 정적이 있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어, 여전히 눈을 똑바로 뜨지는 못한 채, 그러나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는 듯한 인상으로.) 말의 앞뒤가 안 맞잖아요. 죽은 걸 기억하는데 살아있다니, 있을 수 있는 말을 해야지….(그러나 그 말에 앞전과 같이 격분이 서려있지는 않았다.) 환상이라 생각하지 않을게요. 그 대신, 나도 같이 환상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면…, 아니, 그래야만 이 미칠 것만 같은 회로가 진정할 것 같거든. 그래서, 죽었다 살아난 록온 스트라토스. 내게 무어라 할 거죠?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 하세요.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닐 디란디:뭐, 어떻게든 진정한 게 다행이라고 여기지. (멀쩡히 옅은 미소를 보이다가 잠깐 멈칫한다. 할 말? 안 그래도 직전까지 화난 상태이지 않았나. 말을 신중히 고르려다...) ...할로윈 데이의 죽은 자가 살아온다는 전설 알아?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해. 우연찮게 얻은 마지막 기회라고나 할까. 장난은 아니지만, 정확히는 나도 알 길이 없어 설명하기 어렵거든. 단 하루 뿐이니, 돌아가기 전까지 이 집이라도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결론은, 청소부터 하자는 말이지. 내가 사라진 뒤에도 영원히 이렇게 살아갈 건 아니잖아?
티에리아 아데:그런…, 비과학적인 얘기, 믿지는 않는데. (그제서야 인상을 풀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자면, 평소도 조금의 자각은 있었다만, 심하게 어질러진 방 안은 도저히 봐 줄 꼴이 못 되었다.) …당신 좋을대로 하면 됩니다. 나를 끌고 이 집을 치우던지…. 그도 그럴게 나는 지금, 한심하게도 당신이 이리 눈 앞에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드니까요. 잊으셨나요? 제 삶에 저의 의지라는 건 없었다는 걸 당신도 잘 아는 것처럼 보였는데.(그리고 중요한 건, 저는 실제로 청소라는 건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로 이야기하곤,)
닐 디란디:(얼핏 죄책감이 어린 표정이 스쳤던 것도 같다.) 청소는 나한테만 맡겨도 좋으니 괜찮아. 원한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혼자여도 썩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건... 일단 사는 곳부터 말끔해야 무슨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맞건 아니건 일단 되는대로 내뱉은 후에 소매를 걷어올린다.) 그럼 천천히 치워볼까.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청소해야 할 것들이 한가득입니다.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
정말 엉망이네요.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티에리아 아데:…(어기적 일어나 발 디디더니 아래 내려다보고) 그럼 바닥… 먼저.(자신 없는 목소리...)
바닥을 보니,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 티에리아. 집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한건가요
티에리아 아데:(아...진짜모르겠다... 저것들이 진짜 내 방에서 나온 것들인가...)
닐 디란디:...정말 여기서 어떻게 살았던 거야? (걸레를 가져다 바닥을 꼼꼼하게 닦기 시작한다.)
티에리아 아데:… 그냥, 어떻게 살아가는 것 자체는 되더군요.(열심히... 청소중인 닐을 빤히 내려다보더니 두 손으로 마른 세수 하고) 솔레스탈 비잉과 프톨레마이오스, 건담, 그리고 베다가 없는 저는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니까. 가끔씩 내려온 펠트 그레이스가 식사를 챙겨주는 정도였습니다.(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자기도 구석에 박혀있던 청소기 꺼내고)
닐 디란디:(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바닥만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더니, 이내 조금 웃으며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그래. 그랬군. ...여태 그런 생각으로 살아있기만 했던 거야? (개판이 된 집이라거나 여태까지 했던 말을 듣고 알 법도 하지만, 그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확신을 주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티에리아 아데:(조금 떨어진 곳에서 청소기를 돌리며) 그럼 어떻게 하나요. 결코 죽을 생각 따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만, 그만큼…, 그만큼 살 생각도 없었어요. 그날 저는 겨우 당신 곁으로 갈 수 있나 생각했었는데, 멀쩡히 살아 돌아와버린 이상…. 저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바닥만을 응시하며, 이상하게 닐의 우려 담긴 어조는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여지껏 해왔던 제 생각들을 열거한다.) 그렇다고…, 내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라, 이게 고작이었습니다.
닐 디란디:(다행이다? 미안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또다시 뜸을 들이고 만다. 이미 깨끗해진 곳을 두어번 더 문지른 후에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래도 네가 살아있다는 거에 만족해야 되려나. (중얼거리는 음성에 언뜻 망설이는 기색이 묻어나왔다.) ...너도 알고 있었잖아. 언제까지고 네 곁에 남아있어 줄 수 없다는 걸. 난 이미 죽었고, 오늘이 지나면 정말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어떻게든 받아들여야지.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든간에. 그걸 위해 내가 돌아온 거기도 하고.
티에리아 아데:죽은 사람이 참 태연하기도 해라.(동작은 멈추었으나, 고개는 여전히 돌린 채로 시선 하나 맞추려 하는 생각 않고) 글쎄. 이걸…, 살아있다고나 말할 수 있다 생각하나요? 태어난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무료와 자아의 소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 모습이…. 그래요, 당신이 있어준다면야 저는 살아갈 수가 있어요. 록온 스트라토스, 당신으로 하여금 참회를 할 수 있을까요.(그 날 한 순간의 실수건, 여태까지의 삶이건….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직 티에리아는 과거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닐 디란디:하나 확실히 말해둘 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 뿐이란 거야. 네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나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라고. 언제까지 나한테만 묶여 살 건 아니길 바라니까. (차라리 오지 않는 게 좋았을까. 섣부른 생각을 겨우 삼켰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 나에게서 의미를 찾지 마, 티에리아.
티에리아 아데:그럼 하나 물어볼게요.(겨우 고개를 돌리고,) 당신은, 후회하나요? 당신은 분명히 살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북받치는 감정을 삼키려 입을 잠시 닫더니) 나는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납득해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이 죽은 것도, 솔레스탈 비잉이 소멸된 것도,(숨을 들이키고 시선을 응시한다.) 내가 어째서 살아가야만 하는지도. 당신이 제가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그에 대한 해답을 주길 바라요. 당신 말대로, 당신에게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도 않을 테니까….
닐 디란디:...나는.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하고싶은 말과 해야 하는 말을 고르며 차차 감정적인 면을 내리누르고.) 글쎄, 복수도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아마. 하지만 그 순간으로 몇 번이고 돌아가더라도 내 선택은 같을 거야. 듣고 싶은 답이 아니었다면... 미안하게 됐군. (묘하게 시선을 피하고 말을 잇는다.) 네겐 해야 할 일이 아직 있잖아. 이 세상을 바꿔야지. 안 그런가?
티에리아 아데:(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그만두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 당신 다운 대답이야. 실망할 것도 없어. 실로 록온 스트라토스다운 대답이라고요.(당신 안의 닐 디란디는 어디로 가버리기라도 한 것 마냥. 도저히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만, 이야기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아무래도 베다가 버린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구나 싶네요.(일부러, 담담함을 잔뜩 담아낸 어조로 말한다. 도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닐 디란디:그게···! (말은 이어지지 못하고 탄식처럼 끊어졌다. 어떻게든 할 말을 꾸역꾸역 잊으려 노력하는데도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네 안의 록온 스트라토스도 퍽 형편없는 인간인가 보군···, 싸울 일 있나?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선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는 어쩔 수 없지. 오늘이 끝나기 전까지는 곁에 있을 거니 천천히 생각해. 뭐가 됐든 네 인생을 살아가게 하고 싶어서 온 것뿐이니까, 난. 바닥은 어느정도 깨끗해진 모양이니, 다른 곳이나 치우자.
티에리아 아데:(보기 드문, 실제로도 좀처럼 볼 일이 자주 생기지 않았던 록온의 감정적인 모습이라. 마지막으로 봤던 것도 벌써 3년, 4년? 전부 투명하고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도 잊은 마냥 그 모습을 보니 일방적으로 기억에 잠겨간다. 여기서 티에리아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록온 스트라토스, 당신은….) 그러죠.(손에 들려있는 청소기 들고 일어서더니 대강 가까이 있는 소파로 향한다.)
소파에는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등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말없이 따라온 닐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 잠시만요, 저건...
티에리아 아데:
뭔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티에리아 아데:강행 or 아이디어롤 가능한가요?
아이디어롤 가능합니다!
티에리아 아데:
소파 옆에 굴러다니고 있는 저건... 수면제인가요?
티에리아 아데:...
몇 알밖에 남지 않은 수면제입니다. 별다른 건 보이지 않아요. 그것보다, 그대로 들고있는다면 닐이 눈치채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티에리아 아데:(이렇게 먹었었어? 새삼 놀라며 소파 위에 굴러다니는 다른 쓰레기들을 같이 손에 쥐어 버린답시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수면제는 근처 서랍장에 급히 집어넣습니다.)
다행히도 닐 디란디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대신, 수면제를 치우는 사이에 벌써 청소를 다 마쳤네요.
티에리아 아데:(천천히 꿈뻑...) 소파, 벌써 다 치운 거예요?(얼떨떨... 아직 가슴이 덜 진정된 듯.)
닐 디란디:보기에만 그렇지, 치울 것도 별로 없었어. 왜? 뭔가 더 있나?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티에리아 아데:(뜸 들이다) 아뇨, 쓰레기 버리러 갔다 온 것뿐인데 말끔해져있길래….(고개 떨구더니) 다 된 것 같다니 뭐.(그대로 몸을 돌려 테이블을 봅니다.)
테이블 위 역시 엉망입니다. 뒤섞인 쓰레기와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용기나 물병이라던가요.
닐은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 있네요. 자, 청소합시다.
티에리아 아데:(저게 다 어디서 나온 것들이더라... 침묵하며 손으로 쓰레기들을 차례차례 줍습니다.)
티에리아 아데:
테이블에 놓인 것을을 치우고 있던 도중, 물병 하나가 손에서 미끄러집니다. 물병이 엎어지며 손과 옷이 젖어버렸네요. 이런... 하필이면 물이 든 병이었다니요.
티에리아 아데:... 아.(젠장... 치우진 못 할망정 더 어지르고 말았군.) 저, 록온. 이것 좀 치워주겠어요? 잠깐 닦고 오게... 그러니까, 손이랑, 젖은 거요. 바닥이랑.
닐 디란디:아, 그래. 이참에 천천히 샤워라도 하고 오는 건 어때? 나머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치울 수 있는 양이니까. (가볍게 미소짓곤 마저 정리한다.)
티에리아 아데:어떻게 그럽니까, 이래 봬도 여기 제 집인데요.(말투는 딱딱해도 미안해서 그러는 것 같다. 간단하게 닦고만 온다니까요.)
닐 디란디:아아, 그래. 집주인이자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당사자기도 하지. (살살 티에리아의 등을 떠민다.) 말했잖아, 이 집이라도 어떻게 해야되겠다고. 그러니까 얼마 안 남은 청소 정도는 나한테 맡겨. 당장 내일부터라도 질리게 해야 할 텐데, 하루정돈 남한테 시켜도 괜찮지 않겠어?
티에리아 아데:그렇게 태평한 소리를 잘도…!(말로 해서 들을 타입이 아닌 건 아마 자신이 제일 잘 알 터이니, 곧 말을 그만두고 순순히 들어가기로 한다.) … 금방 씻고 나오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빚지는 걸 싫어해요.(청소기 내려두더니)
닐 디란디:알았다니까. 느긋하게 씻고 나와. (내려놓은 청소기를 제자리에 가져다둔다.)
마저 청소하려는 닐을 뒤로하고, 화장실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다름아닌 거울에 비친 티에리아 아데, 자신의 모습입니다.
조금은... 아니죠, 꽤 초췌해졌으려나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은 그 날 이후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삐친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이라거나요.
...얼른 샤워나 할까요.
...
잠시 뒤,
샤워를 마친 티에리아. 확실히··· 아까보단 훨씬 나은 모습이네요.
대충 걸려있던 샤워가운을 걸치고 화장실을 나갑니다.
닐 디란디:아, 티에리아. 주방 청소도 얼추 다 끝났어. (손에 묻은 물기를 대충 닦아낸 채, 수건을 들고 티에리아에게 다가간다.)
티에리아 아데:… 어, 수고했어요. 수건…, 아.(써도 되는 거 맞겠지? 새삼... 손 멈추고 닐이 들고 있는 수건과 닐 얼굴 번갈아 쳐다보더니)
닐 디란디:(고민하는 걸 알아채긴 했는지 어쨌는지, 무척 자연스러운 태도로, 들고 온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준다.) 냉장고도 텅텅 비어있던데, 장이라도 봐와야겠어. 갈아입고 올래?
티에리아 아데:그, 혼자 할 수 있습니다.(썩 내키는 건 아니다만 완강히 거부하는 투는 아니다. 나름... 얌전히 있는 중이다.) 저야 상관은 없습니다만. 머리가 다 젖은 상태로 나갈 순 없으니까…, 머리만 말리고요.
닐 디란디:아,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내가 하는 것보다 빠를 것 같긴 하군. (머리를 말려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쥐여준다. 엷게 웃고 젖은 행주를 드는 게, 행동을 철회할 생각은 없는 듯하고.)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티에리아 아데:네, 그럼….(몇 초 정도 망설이다 쥐어진 수건 들고 묵례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티에리아 아데:… 록온, 당신 차 운전할 줄 알죠?(빤...)
닐 디란디:그럼. 차가 없는 게 문제지만. (먼 산...) 택시... 라도 타고 갈까?
티에리아 아데:2인용 하나 대여하죠.(태연...) 근데…, 전 택시 타 본 지 오래됐어요.
닐 디란디:괜찮아, 내가 운전하면 되니까. 자, 그럼 얼른 가자. (살살 손목을 잡고 걷는다.)
티에리아 아데:혼자 갈 수 있다니까….(순순히 따라 걷습니다.)
어찌저찌 택시에 탄 둘. 당연하다는 듯 닐이 운전석에 앉고, 차는 느릿하게 출발합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운전에 집중하던 닐은, 문득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보며 안심하라는 듯, 엷게 웃는 닐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닐 디란디:...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티에리아 아데:
티에리아 아데: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티에리아 아데:(젠장, 꿈이라면 이제 질릴 때도 됐는데….)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곳이 꿈이건 아니건간에, 가만히 앉아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티에리아 아데,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티에리아 아데:(이곳에서 들리는 소리가 나의 맥박이라면 천천히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괜찮아.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괜히 발소리라도 내보면서 발버둥 치는 게 어울린다고, 그리 이야기할 것이, 아마도. 천천히, 물에라도 빠진 것 마냥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강 보이는 앞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티에리아 아데:(종이 집어들어 읽습니다.)
티에리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티에리아 아데:… 불쾌하군.(종이를 꽉 쥐는 모양새가 마냥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꿈…, 그래. 꿈이라 그랬나. 나는…, 원하고 있는 건가. 록온의 생환을….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문자 알림음 소리입니다.
닐 디란디:티에리아, 괜찮아?
티에리아 아데:네? 아…, 뭐라고요. 죄송해요. 그…, 아닙니다. 네. 괜찮습니다.(횡설수설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잠깐, 졸아서….(답잖게,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며 단말을 들어 문자를 확인합니다.)
확인해보니, 펠트 그레이스 한테서 온 문자네요.
티에리아 아데:… 펠트, 그레이스….(놀란 눈치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눈으로읽어내려갑니다.)
문자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좀 괜찮아졌는지,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와 같은 평범한 안부 인사입니다.
티에리아 아데:(단말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내 닫아버리며 다시 주머니 속에 넣습니다. 도무지, 지금 답장할 용기는 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마침 차가 서서히 멈춰서고, 고개를 돌린 닐이 옅게 웃습니다.
닐 디란디:다 왔어, 내리자.
마트에 도착했습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티에리아 아데:… 으음.(눈살 찌푸리며 내키지 않는다는 듯)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티에리아 아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없네요. 뭐, 장바구니로도 충분하니까요.
닐 디란디:(장바구니를 챙겨들고,) 티에리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티에리아 아데:… 아뇨.(무언가 고민하다가) 10초 정도 더 생각해봤습니다만, 역시 없는 거 같습니다.(아시면서, 원래도 먹는 거에는 별 관심 없는 거. 그리 말하며 제 눈에 익숙한 레토르트 쪽에 눈길 주고)
닐 디란디:오늘따라 눈에 띄는 거라던가... (있을 리 없나.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티에리아의 시선을 따라가 몇가지를 담는다.) 아무거나 좋아. 굳이 끌리는 게 아니더라도 생각나는 아무 음식이나, 없어?
티에리아 아데:아뇨, 정말 괜찮은데….(말 끝을 흐리다가) … 가공품이 좋아요. 그러니까, 식재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요리만 아니면 된다고요.(생선구이 같은 건 후보에서 제외되겠네요. 등을 덧붙여 말하고) 이왕이면 당신이 추천해주는 게 먹고싶네요.
닐 디란디:추천이라. (고민해보려는 듯 마트 안을 살펴본다. 그러다 말고 티에리아를 돌아보더니, 이내 손목을 살짝 붙들고 턱짓하며.) 내 추천보다는 네 안목이 더 정확할걸. 돌아다니면서 뭐라도 골라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가 먹을 음식이니까.
티에리아 아데:그렇게 말해도….(유례없이 곤란한 표정으로, 닐과 간편식 코너를 번갈아 보며 우물쭈물하다 겨우,) 저는 요리가 특기인 편이 아닙니다. 당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요리라고 한다면 알렐루야도 손사래를 칠 정도인 걸.(그러니까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것들 정도입니다. 전자레인지용 파스타 하나를 집어들고,)
닐 디란디:(하긴, 요리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작게 중얼이며 쓰게 웃는다.) 이왕이면 질리지 않을만한 건 어때. 그런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러 장난스러운 투로.)
티에리아 아데:질린다는 감각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으음. 톨레미에서 먹었던 정도의 식사도 제게는 충분합니다. 당신이 그리 말한다면, 종류를 여러 개 사는 것이 방책인가요?(되려 진지하게)
닐 디란디:여러가지 사는 것도 좋지. (그런 티에리아를 빤히 바라보다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린다.) 깊게 생각하지는 말고, 끌리는 대로 해. 네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무튼, 더 사고 싶은 건 있어?
티에리아 아데:
닐의 말에 시선을 내려 장바구니 속의 내용물을 살펴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속에 닐 디란디를 위한 것은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닐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닐은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닐이 툭 건드립니다.
닐 디란디:돌아가자, 티에리아.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어.
닐은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티에리아 아데:… 아,(이끌리듯 고개만 끄덕입니다.)
닐은 작게 웃어주고는 먼저 나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과 함께요.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음식들이 들어있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닐은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닐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허리를 편 닐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닐 디란디: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티에리아.
닐은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의 태도 그 어디에서도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티에리아. 이대로 닐 디란디를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티에리아 아데:…! 아직 하루가…,(절박한 것은 나뿐인가, 하는 생각에 이 이상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지금 가야만 하나요?
닐 디란디:가야 해. 나는... 처음부터 네가 홀로 서는 걸 돕기 위해 온 것 뿐이니까. (어딘가 착잡한 표정을 지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낯으로.) 이젠 보내줄 때가 되지 않았어?
티에리아 아데:…….(입이 도무지 쉽게 떼어지지 않아 말할 때만을 다시고 있는데, 그리 힘겹게, 간절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토해내는 모습이 오늘, 처음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우습게도 보이겠다.) …당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도, 이대로 가실 건가요?
닐 디란디:(살 수 있는 방법. 한 마디가 무겁게 발목을 잡아오는 것만 같아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다. 너를 위한 대답이 대체 뭐가 있을까. 언제나 그랬듯 제멋대로인 말?) ...그런 게 정말 존재한다고 해도, 분명 대가가 따를 테지. 무언가를 잃어야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포기하는 게 나아. (짧게 심호흡하고,) 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지.
티에리아 아데:(이미 읽고 있던 답이었다. 록온 스트라토스, 지금까지의 당신이라면 분명 그러한 결론을 내게 주리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하여 티에리아는 말을 가다듬더니 재차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록온, 당신만이 알고 있던 사실이 있어요. 저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매우 천천히 흘러간다는 사실 말이에요. 생이 무한에 가깝다는 말이고, 이 말은 즉슨―(내뱉다 말고, 여기까지 와서 무언가를 망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가가 꿈틀대더니, 그래도,) 제 무한한 목숨을 당신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대가요? 그렇다면 그 대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조금씩 조금씩, 높아지는 목소리를 짓누르기 위하여 말을 끊는다. 사실, 지금까지의 언동이 티에리아가 전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닐 디란디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 뿐이다.)
닐 디란디:티에리아 아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알고 있는 사실의 나열, 그 뒤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고백에 간신히 입술을 떼었다. 목숨을 나누어 준다고 했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도저히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제가 해야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네 인생에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굴지 마. 목숨을 바쳐서 살린다고? 말이... 될 리가 없잖아. 온전히 널 위한 선택을 해. ···하지만 네가 정녕 목숨까지 바쳐가며 나 하나를 살리길 바란다면, 말리진 않을게. 이대로 떠나가 더 엉망이 되는 네 모습을 보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르겠군. (말을 마친 채 쓰게 웃고. 여느 때보다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있는 표정을 애써 감추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티에리아 아데:(침착하게 생각해, 티에리아 아데. 여태껏 기다려온 대답이었잖아. 자신이 알고 있던 록온 스트라토스가 계속 생을 이어나가는 걸 원해온 건 다름 아닌 너잖아. 살아있어도 죽은 것만 같은 이 삶이 지속된 이유도 그것 때문이잖아. 그런데, 막상 장본인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전혀 기쁘지가 않다. 누구보다 살기를 원했는데, 가장 듣고 싶던 말이었는데, 되돌아오는 것은…, 절망일까. 아, 정말 다 모르겠다. 그렇게 천천히 하루를 돌이켜보면, 가장 이기적이라 생각했던 제 앞의 닐 디란디는 오늘 하루 그 누구보다 자신만을 위해주었다는 게 티에리아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 가장 제멋대로 굴고, 눈도 귀도 다 막힌 양 사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건 누구인가. 거기까지 생각하니 달아오른 손끝이 식는 기분이 들었다.) … 미안해요, 참…, 철없죠. 당신이 원하는 게 분명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그런데….(끝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살아주었음 했어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에게…. 그래서 저는…, 하.(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제 면상을 한 손으로 가려버린다.)
닐 디란디:(과거의 잔재일 뿐인 자신에게서 벗어나라는 말, 너 자신을 위한 선택, 그리고 너의 삶··· 그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심지어는 변명조차. 스치듯 지나가는 하루에만 존재할 수 있는걸. 어쩌면 돌아온다는 선택이 틀렸던 건 아닐까, 닐은 짧게 신음했다. 살아갈 수 있다는 불확실한 가능성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자신이 우스웠다. 제 죽음을 버려두고 나아가라는 말을 몇 번이나 꺼냈는데도, 막상 끝이 다가오니 제가 망설이고 있는 꼴이란. 한심하지 않다거나, 대견하다거나, 속으로 꾹꾹 눌러온 말을 다시금 지운다.) 네가 살아가길 바란다면 내겐 선택권이 없지. 어쨌거나 네가 사람답게 살길 원해서 돌아온 거니까. 목숨... 그래, 어쩌면 무한할지도 모르는 그 대가를 바쳐서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있겠군. 하지만, 난 네가 너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말아쥔 주먹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가 떨리지는 않았는지, 표정은 평온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가다듬을 시간도 없다는 듯 빠르게 말을 잇는다.) 나를 살린다는 선택이 너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티에리아 아데:(확신이라. 모든 사고와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추가 되는 그 확신이라는 것이, 지금의 그에게는 결여되어 있었다. 의기양양하게―사실은 끊어질 듯 말 듯 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제안은 하였으나 그것에 확신이 있었냐 함은 글쎄다. 단지 그 말을 꺼냈을 때의 티에리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닐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그리고 티에리아의 연산에서 가장 확실한 화술은 앞전에서의 발언이었고. 이제 어떤가, 아직 저 사람은 한 꺼풀의 베일이라도 씌어 있는 것 마냥 도통 생각을 알 수가 없었지만 주장하는 바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그 친절하면서도 냉담하게 건네는 말에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도.) … 저는, (당신의 의사가 중요한 게 아닌가요? 하고 바락바락 대들 입장이었으나, 앞서 말했듯 티에리아는 닐의 의중을 읽어내는 데에 성공하여 그러할 마음이 들지 못했다. 이건, 시련인 거다. 내가 앞으로 록온 스트라토스 없이 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록온을 살려내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돌아오게 될, 제 수명이라는 운명 앞에서 자립이 가능할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까지 다다를 때에도 티에리아는 제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추지 못했다.) 나를 위한 거라고는 해도, 내 인생을 위한 거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어요…, 록온.
닐 디란디:(울고 있구나. 자꾸만 심장을 짓누르는 것이 죄책감인지, 혹은 다른 무슨 감정인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저도 확신하지 못한 주제에, 했던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걸지도. 티에리아를 위한 것, 혹은 그의 인생을 위한 것. 어느 쪽이든 제가 간섭할 수 있는 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미 그는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티에리아 아데:(남은 것은 선택이다. 모든 게 붕 떠있는 실오라기로만 보여 도저히 현실이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일도 그저, 무수히 꾸었던 꿈들 중 하나였다 치부한다면 편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티에리아, 너는 그러고 싶나? 앞으로 제 의지 모르게 나아갈 시간을 지금까지와 같이 무료 속에서 죽어가고 싶나? 지금이라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속에 저 사람이 있어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 하지만, 그래서야 여태껏 저 닐 디란디가 했을 노력들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영원히 제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가두는 건, 도저히 예우가 아니다. 이별은 찾아올 테고, 그때마다 나는 또다시 몇 년을 잊기 위해, 또는 그저 죽어가기 위해 살아가겠지. 여태까지와 다를 바가 없는 도피에 불과하다. 지금 너는, 그런 낭만으로 포장한 피난을 하고 싶냐 묻고 있다. 저무는 해가 사고 회로를 독촉하고 있었고, 티에리아는 자신에게 있어―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최상의 결론에 도달하려 하고 있다. 티에리아는 차차 눈물을 거두며 제 손 밖을 응시하였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닐 디란디의 손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저것은 미련으로 느껴졌다. 당신은 마지막까지 완벽이 되고 싶은 건가요, 아직 알 수가 없어요. 그 정도 감정은 내비쳐도 된다고요. 그래도 된다고 가르쳐 준 게 당신이잖아요…, 꺼내고 싶은 말은 수도 없이 많았으나 그를 닐이, 시간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준비된 이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록온, 닐 디란디….(갈 길 잃은 닐의 손을 낚아채 두 눈을 응시하고, 아직은 잠겨있는 목소리로, 그러나 확연하게 이야기한다.)
닐 디란디:그래, 티에리아. (닐은 그 짧은 대답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물끄러미 손을 내려다본다. 입가에 서서히 예의 그 편안해보이는 미소가 번져들었다. 앞으로 그의 곁에 설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것마저 허락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두 번째의 마무리는 어쩐지 후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때문일까, 마침내 정리되고 만 기억이 되기 위해, 일시적이었던 삶을 마무리짓기 위해 떼는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확신컨대 그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감히 티에리아 아데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바라며. 그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현관으로 걸어갔다. 결코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던 몸이 천천히 돌아 옆얼굴만이 살짝 보이는 각도에서, 그는 티에리아를 향해 웃었다. 혼잣말이라기엔 크고, 전하는 말이라기엔 작은 음성. 그것이 끝이었다.) 잘 지내고, 행복해라. 티에리아 아데.
*
두꺼운 철제 문이 잠금쇠를 걸어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것이 맞을지도요.
어느것 하나 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늘 멋대로 구원해버리고 떠나가다니, 참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데도,
굳게 닫힌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괴로운가요, 티에리아?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그를 끝내 붙잡지 않은 이유를 기억해야 해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래요.
알아가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잖아요.
시간은 늘 그랬듯 야속하게도 쉼없이 흘러갈 테죠.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든 나아가기를 택했으므로.
...

일은 고사하고... 여전히 베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 그대로 멈춰있는 상태로
그저 창 너머로 비치는 햇살이 눈을 뜨라 하니 뜨는
오전 11시.

잠시만. 누구야.
여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텐데…
있을 리가… 없는데. 그저 숨만 죽이고 있습니다.



…록…온!?
어, 째서…(잠긴 목소리로)

기준치: | 45/22/9 |
굴림: | 52 |
판정결과: | 실패 |
(..


그렇게 엉망이에요? 엉망이래도 당신의 그 순간과 여태까지 살아온 제 3년을 전부 보여주지는 못할 거예요.(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미미한 웃음만을 띈 채)

아니다. 여기서 대체 어떻게 산 거야? 이대론 안되겠어. (겉옷을 벗어들고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맞추려 들며) 그동안 뭐가 어쨌든 일단 청소부터 하자, 티에리아.

당신... 당신 정말 그런 소리가 하고 싶어요? 지금 내 앞에서? 어차피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당신도 전부 헛것이라는 걸 알지만...
알아요. 알아... 질리도록 봐왔어, 당신의 환영같은 건. 근데 이래야겠냐고. 왜 나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그런 얘기부터 꺼내는 건데? 뭔가 해야할 얘기가 있을 거 아니에요!























(허나,) … 그리 맹목적인 인간이었나요? 록온 스트라토스….(저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기준치: | 55/27/11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퍼;펌블이나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5초 정도일까요, 가만히 쳐다만 보다가 집어 들어 확인해봅니다.)






기준치: | 35/17/7 |
굴림: | 4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4/22/8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아, 드디어 죽었나.)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35/17/7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멋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닐 디란디, 너는 대체 무엇을 바라는 건가? 적어도 티에리아 아데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아니었을 테지. 록온 스트라토스는 이미 죽었어. 잊어버려야 한다고. 그러니까, 부디. 하지만 도저히 음성으로 토해내지지 않는다. 우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그런가. 무심코 손을 뻗다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어떤 선택을 하든 힘들 거야. 언젠간 후회할 수도 있고, 바라던 결과가 그대로 쥐여지지 않을 수도 있지. (어쩔 수 없이, 차근히 이야기를 꺼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제 의사가 아니었다. 제가 아무리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해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니. 행복하길 바라서라는 말은 그저 변명이었던 모양이다. 이건 아마, 욕심이겠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아.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러니까, 네가 원하고 하고 싶은 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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