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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Your Breath
KPC 니노마에 이치코
PC 이하 루하나
Hold Your Breath
SECTION 1 : 하얀 방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린 눈앞에 천천히 세계가 구축됩니다.
이하 루하나:여기는...? (두리번)
:한 가지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두리번대는 당신의 눈에 비치는 건,
이하 루하나:(목이 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순식간에 숨이 차오르는 느낌에 읏, 하고 작은 신음을 흘리고는 제 목 조르는 손길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 구...?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니노마에 이치코:... 말을 하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이치코는 가볍게 웃으면서, 하지만 평소 보던 그런 미소는 아닌 채로... 묻습니다.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그러나 손에 준 힘은 풀 생각도 안 합니다. 무슨 소리라도 더 뱉어보라는 듯 채근합니다.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 이건, 어떻게 된... (버거운 듯 작은 소리로 느릿하게 말을 내뱉었다.)
니노마에 이치코:... ...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원래도 조소를 하는 듯하던 이치코의 표정이 더욱 어그러지더니 당신의 목을 꽉 쥐고 있던 손을 뗍니다.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니노마에 이치코:대단하네, 그 정도로 버틸 수 있다니... 미안하게 됐어, 갑자기 그런 고통이나 주고.(눈 마주치지 않고 먼 곳 본다.)
이하 루하나:(목을 조르던 손이 떨어지자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았다. 조금 위화감이 드는 듯도 했지만... 우선은 위축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치코 씨. 혹시 제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었던 건가요? (왜 이런 행동을? 이라고 묻고 싶은 듯한 눈빛이다.)
니노마에 이치코:(숨 제대로 몰아쉬는 루하나 본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 숙였다.) 됐어. 그런 부분까지 똑같네... 정말. 언제까지 그런 말이나 하고 있을 수 있을까.(고개는 계속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이하 루하나:(당황한 듯하면서도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당신이 어째서 나의 목을 조른 것인지, 당신이 지금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어서...) 이치코 씨, 인 거죠? 그렇다면 왜, 그런... (자신의 목을 살짝 더듬었다.)
니노마에 이치코:(목 더듬는 거 눈으로 흘기더니 팔짱 끼고 자조하듯 웃었다.) 그래. ... 니노마에 이치코야, 루하나 쨩. 글쎄... 왜 그랬던 걸까.(미소는 더 씁쓸해졌다. 미간이 조금 좁혀진 거 같기도 하다.) 호기심에, 라고 하면 이치코를 용서해 줄 거야?(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더니 거리를 좁힌다.)
이하 루하나:(자조적으로 웃는 당신의 모습에 그만 잠시 동안 입을 다물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당신을... 괴롭게 하고 있는 걸까?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은 마음에 거리를 좁혀오는 당신의 눈을 바로 바라보았다.) 정말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한다면, 저는...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 저, 아까의 일로 이치코 씨의 호기심은... 풀리셨나요?
니노마에 이치코:(눈이 마주치자 다시 얼굴이 굳는다. 다시 고개를 돌린다.) 아아... 너무 상냥해, 이래서야 너무나도 루하나 쨩이잖아..(머리를 헝클어뜨리더니) 굳이 말하자면... 해결되지 않은 거 같아. 실패작이 이렇게 멀쩡하게 말을 하다니, 이상하잖아. 드디어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가...(아예 뒤를 돌아버리더니 몇 걸음 떨어진다.)
이하 루하나:(역시 당신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신의 호기심이라는 것도, 실패작이라는 말도... 그래서, 작게 미소 지으며 제 이름을 읊조려 보았다. 제가 지금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저는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이하 루하나니까요.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며) 저희에게, 아니... 이치코 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니노마에 이치코:... (잠시간 침묵이 있었다. 구태여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쳐다도 볼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겠지... 실패작 주제에, 하고 속으로 조소했다. 숨을 들이키더니, 크게 내쉬며 일부러 보다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 마. 어차피 너는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움직이지 못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이하 루하나:(그만 멈춰 선 상태로 문 밖을 향하는 당신을 지켜보았다. 당신이 꺼낸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치코 씨, 그건... 무슨 뜻인가요... (이미 이 방을 나선 당신에게 닿지 못할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곧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라니, 지금은 이렇게나... 문득 몸을 천천히 움직여보고.)
:그래요, 이치코의 말과는 달리 아까에 비해서야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당췌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심리학/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이하 루하나:
:시야가 흐릿한 탓에 제대로 표정을 분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체 루하나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던 걸까요.
이하 루하나:(어제 보았던 이치코 씨의 모습을 떠올리고, 방금 본 이치코 씨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확연히 어긋난 느낌이 들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신에게, 나에게. 조금도 갈피가 잡히지 않아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어제도 당신은 이치코와 같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데이트였는지 무엇이었는지... 그 때까지만 해도 행복한 듯 웃고 있지 않았나요.
이하 루하나, SANc 0/1
이하 루하나:
이성 1 감소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툭툭,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이하 루하나: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하 루하나:(밤하늘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은 천장에, 수많은 조명... 현실감 없는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그대로 위를 빤히 바라보았다.)
:...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욱이나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갑작스레 무언가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바닥에 종잇조각이 닿자 그것을 주웠다. 무언가 적혀있나?)
:종잇조각을 주워보면, 앞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이하 루하나:○... 무슨 뜻인 걸까요. (잠시 종잇조각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다른 건 적혀있지 않다는 것을 납득하였는지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저 문으로, 나가야 할까...)
:그렇습니다. 이 방 안은 천장과, 당신이 앉아있던 흰 의자 외에는 어떠한 사물도 놓여 있지 않고 오로지 루하나 당신과, 열려 있는 검은 문만이 존재감을 발하고 있스비다.
이하 루하나:(여기에는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으니까... 저 곳으로 가면, 이치코 씨가 있을까. 천천히 마음을 다잡고 검은 문을 향해 나아갔다.)
SECTION 1-1 : 거울 복도
이하 루하나:(복도를 천천히 나아가며, 우선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는 거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거울은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은 이치코가 목을 조를 때, 숨이 막히는 것 이외의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멍이 든 부위를 손으로 더듬으며 살짝 눌러본다. 이 정도의 멍이라면,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아플텐데.)
:건드려보면, 보통 따끔하는 정도로라도 아플텐데요. 그다지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목으로는 만져지고 있다는 감각조차 제대로 들지 않아요.
이하 루하나:읏, 이건... 이치코 씨의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기묘한 느낌에 살짝 소름이 끼쳐 손을 내렸다.)
:너무나 무뎌져있는 감각이 꼭, 죽은 사람 같지 않나요.
이하 루하나, SANc 1/1d3
이하 루하나:
이성치 2 감소
이하 루하나:(거울에서 눈을 떼고, 주변에 즐비하게 서있는 마네킹들을 살펴보았다.)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이하 루하나:
:눈부신 조명 탓에 문득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이는 것 같습니다.
이하 루하나:(잘못 본 걸까... 마네킹에 다가가 투구의 밑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 하단에 금박으로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이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이하 루하나: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잠시 고민하다가, 마네킹의 투구를 한 번 벗겨보고자 시도해본다.)
:투구를 벗기면,
SANc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
이하 루하나:(곧 움직이기라도 할 듯, 자신과 똑같이 생긴 모습에 다소 공포를 느끼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이런 걸, 누가...?
:그러게요. 이런 걸 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당신은 깨어났을 때부터 영문 모를 상황만 마주하고 있습니다. 버틸만 한지는, 본인만 알겠군요.
이하 루하나:(마네킹에게서 눈을 돌리고, 애써 거울과 마네킹들을 의식하지 않으며 복도를 나아간다. 끝에 있는 건... 또 다시 검은 문?)
:익숙한 검은 문입니다. 아주 단단해보이는 문이죠.
이하 루하나:(Memoria... 기억, 이라는 뜻이던가...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다시금 검은 문을 열어보았다.)
SECTION 1-2 : 거대한 서재
이하 루하나:(두리번거리며 잠시 서재를 살펴보다가, 이내 작은 미소를 띄며 중앙에 있는 이치코를 향해 다가섰다.) 이치코 씨, 여기에 계셨군요.
:루하나가 이치코에게 말을 걸며 다가가자,
니노마에 이치코:... !
:이치코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보아 손에 쥐고,
이하 루하나:(덩그러니...)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더 나아가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요. (작게 중얼거린 후, 우선은 넓은 서재를 둘러보았다.)
:서재는 말 그대로 거대합니다.
이하 루하나:(바닥에 깔려있는 러그부터 천천히 살펴본다.)
:부드러워 밟을 때마다 푹신거리는 듯한 러그입니다.
이하 루하나:(이렇게 두껍다면, 밑에 무언가 있을 수도 있을까... 러그의 밑을 확인하고자 러그를 살짝 치워보려고 한다.)
:러그를 살짝 치워보자, 바닥에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문...?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 등의 장치는 없는지 살펴본다.)
:특별히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하 루하나:(잠시 바닥의 문을 앞에 두고 생각하다가 결국 다른 곳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여, 책장으로 향했다.)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이하 루하나:(튀어나와 있는 책들을 꺼내본다. 어떤 책이지?)
:튀어나온 책들을 꺼내보면, 전부 생명공학이나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책을 펼쳐서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책을 펼쳐 내용을 보면, 척 보아도 세계 각국의 언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는 거 같습니다.
이하 루하나:으음... 지금으로서는 읽을 수 없는 거 같네요. (책들을 덮어 잠시 내려놓고, 검은색 문을 살펴본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검은색 문들과 똑같이 생긴 문입니다.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 아직 밖에 있어?
:기운 없어 보이는, 그러나 익숙한... 이치코의 목소리입니다.
이하 루하나:...네, 여기에 있어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문에 기대어 서서 답했다.)
니노마에 이치코:... 왜 거기 있는 거야?(쌩뚱맞은 답이나 한다.) 왜 대답하는 건데?(척 보아도 평정심이 흐트러진 말투였다.)
이하 루하나:(어떻게 답해야 할지, 그래야 당신을 안심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은 몇 초간 답을 유보하였고, 느릿하게 입을 떼었다.) ...이치코 씨가 무엇을 묻고 있는 건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저는 아직,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지만. (이치코의 목소리가 들리는 문 너머를 생각하며, 두 손을 문에 올려 보았다. 차분하게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저는 이하 루하나. 이치코 씨가 생각하는 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언제나의 이하 루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치코 씨가 저의 존재로 인해 괴로워 해야 할 일은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니노마에 이치코:정말... 말하는 거만 보면... 똑같은데. 응, 루하나 쨩이 내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을텐데...(말 끝 흐린다. 상냥한 목소리가 버겁다. 끝에는 하. 하하... 하는 힘없는 자조적인 조소만 들린다. 초조해진다.) 하지만 이치코는 바빠... 루하나 쨩과 같이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마음대로 해.(급작스레 평온해진 말투이다. 말을 끝마치면 철컥, 하는 어떤 소리가 들린다. 이질적인 금속의 소리.)
이하 루하나:(문에 이마를 살짝 갖다 대었다. 당신은 이미 그 곳에 없고, 자신은 여전히 혼자 놓인 것만 같아 아쉬운 듯 하면서도 여전히 상냥함이 섞인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바쁘신 거라면, 어쩔 수 없겠죠... (방금 들려온 소리는 분명 잠기었던 문이 열리는 소리일 것이므로. 잠시간 가만히 문에 기대어 있다가, 문의 손잡이를 잡고 비틀어 본다.)
:루하나가 문의 손잡이를 잡아 열려고 하였으나, 문은 아직 잠겨있는 채입니다.
니노마에 이치코:조금 이따... 보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는 너머에서 발걸음이 들립니다.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하 루하나:(잠시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방금 들려온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지금은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쳤다. 그러나, 이 곳엔 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이치코와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뒤돌아 문에 기대어 서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그러니까... 책장과 러그까지 살펴보았었죠. (주위를 잠시 살피다가, 문 옆의 책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루하나는 책상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하 루하나:(각 책상 위에 놓인 액자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눈에 띄는 게 있나?)
:하나씩 살펴 보면, 가족이나, 연인들과 같이 찍은듯한 사진들로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이건... (이 책상의 주인들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말인가. 액자를 하나 살펴볼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런데, 여기에 이치코 씨의 책상까지 있다니... 이치코 씨도 누군가를 잃은 적이 있으셨던 걸까. 그리 생각하며 이치코의 이름이 붙은 책상을 살짝 살펴본다.)
:다른 책상들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어질러진 듯한 모습입니다.
이하 루하나:(모두 이치코 씨의 소지품인 걸까? 어지럽혀진 책상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차분히 살펴보기로 마음을 정한 듯 메모지를 위에 붙어 있는 것부터 하나씩 읽어 내려간다.)
:메모장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메모지를 하나 읽을 때마다 조금씩 아연한 표정을 띠었다. 세상에는 이리도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껴서... 왠지 마음이 아려오는 느낌이 든다. 이치코 씨는 왜 이런 정보를? 그런 의문을 품고, 옆에 놓인 두꺼운 노트를 살펴보기로 한다.)
자료조사 판정
이하 루하나:
:펼쳐보면, 일기장 처럼 느껴지는 듯한 문체로 쓰인 문장들이 많습니다.
그가 준 몇몇 책들은, 아니, 그것들은, ‘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사용하는 언어는 늘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번역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헷갈리고 또 잊어간다. 책들은 정보를 내주는 만큼 나의 기억을 잡아먹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그러니까, 여기에도 적어둔다. 그것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빈 페이지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것들이 하는 질문의 답을 쓰면 된다.
이하 루하나:(이건, 아까 보았던 그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적힌 책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번역기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거 같은데, 그것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책들을 다시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우선 노트를 덮고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로 시선을 돌린다.)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 모양의 유리가 기계의 중심이고, 그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있습니다. 기계 장치에는 메모지가 한 장 붙어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의문스럽게 기계 장치를 살펴보다가, 붙어 있는 메모지를 읽는다.)
사용법: 알 수 없는 언어를 원 안에 비추면 번역한다. 혹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하 루하나:(깔려있던 종이를 기계 장치의 원 안에 비추어 본다.)
:금속 휠들이 끼릭끼릭 돌아가면서, 정말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원 안의 글자가 바뀝니다.
▒▒▒▒▒▒들에게 지구는 특별하게 맛있는 먹잇감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변환 과정을 거치는데, 대표적인 변환 과정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이하 루하나:(무엇을 말하는 거지...? 종이에 적힌 내용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이것이 번역 도구라는 것은 알게 되었기에. 책장에서 읽을 수 없던 책들을 가져와 읽어보기로 한다.)
:읽을 수 없던 책들을 가져왔습니다.
당신은 살고 싶은가?
이하 루하나:...음, 답을 적으라는 의미, 일까요...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책상 위에 펜 같은 것이 있나?)
:책상 위에는 펜이 보이지 않지만, 아직 안 열어본 게 남아있었던 거 같아요.
이하 루하나:(지금으로서는 쓸 방법이 보이지 않으므로... 다른 것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시선을 돌려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을 열어보면, 펜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앗, 여기에 있었군요. (서랍에서 펜을 하나 꺼내어 기계 장치에 비친 책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살고 싶은가, 라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우선은 '네.' 라고 왼쪽의 페이지에 짤막하게 적어 본다. 자신에게는 아직 살아갈 이유, 이루어야 할 일들이 잔뜩 남아있었기에.)
:'네.'라는 대답을 적고 나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발 밑을 보라.
이하 루하나:(발 밑...?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본다. 여기에 무언가 있나?)
:발 밑을 확인하면,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스위치가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조금 불안한 듯 스위치를 살펴보다가,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며 눌러 보기로 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러그 아래에서 발견했던 비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하 루하나:앗...! (소리가 들린 곳으로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비밀 문이 있는 장소로 달려가 열린 문의 밑을 내려다 본다. 여기는...?)
:열린 문 아래로는 칠흑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폭이 좁고 단이 높은 계단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살짝 물러선다. 이 곳의 문이 잠겨 있는 이상, 내려가 보아야겠지만... 아직 서재에서 살펴보지 못한 것이 남아있기에 우선은 외면하였다. 서재 내부의 정경을 보다가, 저 거대한 시계를 아직 보지 않았던가... 그리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시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미처 보지 못한 시계가 있었군요.
완전한 종말과 재림
이하 루하나:(종말...? 불길한 단어가 왜인지 아까 들려왔던 굉음과 겹쳐지는 느낌이 든다.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이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면 종말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지금 생각하여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되뇌며 시계에서 살짝 물러선다.) ...역시, 밑으로 내려가 보아야 하는 거겠죠. (잠시 검은 문 쪽에 시선을 두었다가, 열려있는 비밀 문을 향해 돌아가 한 번 숨을 들이쉬고는 계단으로 발을 내딛는다.)
SECTION 1-3: 바닥의 통로
이하 루하나:(보이지 않는 앞을 살피며 두 손을 벽에 짚고 느릿느릿 나아간다. 두려움에 몸이 조금씩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발걸음을 멈추진 않는다.)
:... 느릿한 발걸음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자니,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 우둘투둘한
이하 루하나:(어색한 촉감에 시선을 조심스레 쇠창살 속으로 돌린다. 안에 무언가 있나...?)
:어두워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이하 루하나:(스위치가 되는 줄을 잡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당겨 본다.)
:찰칵,
:쌓여있습니다.
이하 루하나, 이성 판정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이어서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이하 루하나:읏, 이게, 무슨... (눈을 엷게 뜬 채로 쇠창살 속을 조금씩 살펴본다.)
:아니, 자세히 보면 저것은...
이하 루하나:(눈을 잠시 동그랗게 뜨고 깜빡였다. 저건... 모두 인형? 어째서 저렇게 많은 모형을... 그런 의문을 품은 채로 침대를 감싼 기계 장치로 눈을 돌린다. 무슨 기계지?)
:생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료 장치들 처럼 보입니다.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히 창고에 물건을 한데 모아둔 것은 아니고, 실사용을 위해 배치해둔 듯한 느낌의 배치입니다.
<지능> 판정 가능합니다.
이하 루하나:
:가만히 기계 장치를 살펴보자면, 저것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시체를 보존하는 장치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시체가 눕혀져 있었던 것일까, 혹은 그러기 위해 준비해 둔 장치인가. 이치코 씨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와 기계 장치들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서 더 살펴볼 만한 것은 없나? 잠시 쇠창살 내부를 전체적으로 살핀다.)
:쇠창살은 그런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하 루하나:(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 빠르게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이제 다시 나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발걸음을 뗀다.)
:계속 걸어나가면 쇠창살은 그 상태로 몇 미터 더 이어지다가 이윽고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이하 루하나:(아, 드디어 끝인가...? 계속하여 벽에 손을 짚은 채로 조심스레 계단을 오른다.)
:계단 위를 따라 올라가면,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달리 발을 옮길 곳도 없었기에, 문고리를 잡고 비튼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 본다.)
SECTION 1-4: 이치코의 방
:정돈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사람이 생활한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이하 루하나:(여긴 혹시, 아까 이치코 씨가 계셨던 곳인가...? 정돈되지 않은 내부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 우선 이것을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들 속에는...
:이치코가 바라보던... 루하나 당신이요.
이하 루하나:(사진에 손을 짚어가며, 하나씩 들여다 본다.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즐거웠던 과거의 기록들. 이건 모두 이치코 씨가 붙여둔 것일까. 어째서? 추억을 떠올리듯 바라보면서도 그런 의문이 떠오른다.)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분류 기준도 명확히 보이지 않고, 그 이전에 제대로 정리도 안한 듯 이리저리 책들이 널부러져있지만...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던가... 아마 전혀 그렇지 않았을 터이다. 책장을 한 칸씩 들여다 보다가 우선은 책장의 왼편에 놓여 있는 한 책을 꺼내어 펼쳐본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성 판정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 오컬트 기능 5점 상승
이하 루하나:읏, ...(아까부터 갑작스러운 일을 계속하여 겪은 탓일까. 작게 신음을 흘리며 책장에 몸을 기대었다. 정녕 나는 내가 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가. 혼란스럽다. 어지럽다. 두렵다. 뒤죽박죽인 머릿속에 이치코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앞을, 계속 나아가다 보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단지 그걸 위해서, 어떻게든. 평소에 비하여 평정심을 잃은 상태라는 걸 느끼면서도, 그를 위해 스스로의 기분은 무시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요, 아까부터 이상한 일들만 겪었으니 몸도 정신도 지쳤을 법 합니다.
만일 숨을 나눌 상대가 먼저 죽어버린다면, 그 상대의 복제품을 만들어 대신할 수 있는가? 복제품의 숨을 뺏어서라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가?
이하 루하나:(복제품, 이라는 단어에... 지하에서 보았던 더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치코 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은 의문을 해소한 겨를도, 방법도 없다. 책을 덮고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후, 잠시 심호흡하고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책상을 향해.)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하 루하나:
:이 책, 서재에서 이치코가 도망가기 전에 손에 쥐고 있던 책 아닌가요?
이하 루하나:이건, 이치코 씨가 들고 있던... (그 사실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책으로 손이 향했다. 일기장이라고 적힌 책을 조심스레 펼쳐본다.)
:책을 펼치면, 무척이나 충격적인 문장의 시작으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실패작이라도 상관 없어. 멸망은 코앞에 있어. 그래, 진짜 온전한 너는 이미 5년 전에 없어졌다는 걸 인정할게! 시체도 어디론가 없어졌어! 오래 버텼다고! 날 찾으러 와줘! 내가... 이치코가 계속 루하나 쨩을 찾아 헤맸던 것처럼...
이하 루하나:(일기장을 모두 읽고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여 다시 읽어보았다. 읽고, 또 읽었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가 없어. 뭐지? 뭐라고 적혀 있는 거지? 읽을 때마다 글자는 더욱 분쇄되어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바뀌어 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누구지? 루하나라고 함은 누구를 칭하는 명칭인가?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책을 확 덮고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야. 나는, 이렇게, 지금도, 숨을 내쉬고 있는데...)
:책을 덮고 나서 숨을 돌립니다. 머릿 속이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숨을 쉬는 사람에게 숨을 붙여 소생시킨다뇨.
이성 판정 (1/1d3)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하 루하나:
:지하통로에서 보았던 빈 침대에는 분명히 당신의 시체가 뉘여져 있었겠죠.
이하 루하나:(그래. 이것이 온전히 진실일 리 없다. 나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사유하는,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인간인데. 스스로도 모르는 틈에 이미 죽었다니, 그런 일은. 이 글자의 나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 모두 이치코 씨를 만나면, 그리고 물어보면 끝날 일이야... 지금까지처럼 계속 나아가면 돼. 앞으로. 앞으로...) 어디에 계신 건가요, 이치코 씨... (작게 중얼거린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 앞에 보이는 오른쪽의 문으로 천천히 걸어가 문고리를 당겨 보았다.)
:앞으로 나아가면, 모든 걸 알 수 있을까요.
SECTION 2: 붉은 융단의 홀
:그리고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홀 내내 몇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습니다.
이성 판정 (1/1d3)
이하 루하나:
이성치 [1d3] 감소
이성치 1 감소
대실패라서 3 감소합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살펴보나요?
이하 루하나:(몸을 잘게 떨며, 눈 앞에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도저히 살아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풍경임에도, 맥이라도 짚어 보려는 듯...)
:맥을 짚어본다면.. 방호복이 두꺼운 탓에 제대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하 루하나:(조심스레 방호복을 벗겨 본다.)
:방호복을 벗겨보면... 아, 총상이 있습니다. 눈은 뒤집혀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읏... (한 발짝, 두 발짝. 손을 놓고 시체에게서 물러난다. 더는 눈에 담고 싶지 않다는 듯이.)
:루하나가 시체에게서 물러나면, 벗겨진 시체의 살점은 순식간에 뭉개지고,
이성체크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
=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으며,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에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의
이하 루하나:(웅웅...하고 울리는 듯, 먹먹해진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숙인 채 제자리에 붙박여 서있던 중 언뜻 고개를 들며 생각한다. 시체가 갑자기 재가 된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그러고 보면 아까 보았던 이것도, 저것도... 있을 리 없다. 그런 거 현실에는. 분명. 아, 이 모든 건 낯선 곳에서 겁에 질려버린 내가 본 환각이 틀림 없으리라고... 그리 생각하자 왜인지, 이 한껏 풍겨오는 피의 향도, 그저 레드 카펫을 이루는 구성품일 뿐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어서. 그 사이사이에 놓인 시체들도 이젠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아서. 나는 생각한다. 이 곳은 레드 카펫이 깔린, 평범한 저택의 홀이다. 틀림 없어!) 아하하... 그런 거죠, 이치코 씨...?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소리를 흘리며, 중얼거린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이상했다. 그러나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쓰러진 사람들의 틈으로 홀의 벽에 걸린 그림으로 향한다.)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그러나 질질 끌듯이, 벽의 그림으로 향합니다.
:수많은 인간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팔을 뻗고 있습니다.
:같은 얼굴이 11개씩이나 그려져 있다니. 과하네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어쩐지...
이하 루하나:저를 그린 초상화 같은 게, 왜 여기에... (기묘하게 여기는 듯 그림을 한동안 바라본다.)
:바닥에 비추어진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상은,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그려집니다. 자국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성 판정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감소 없음
이하 루하나:(문득 자신의 목에 손을 갖다 댄다. 흐릿해진 시간 감각 속에, 당신에게 마치 저 형상에서 보이듯 목을 졸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SECTION 2-1: 화원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 저, 당신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정말, 많아요. (살짝 고개를 떨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화원으로 들어선다.)
:화원의 입구로 들어서면, 그리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로 가득찹니다.
이하 루하나:(이끌리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자... 왼쪽으로 가는 길로 향한다.)
:왼쪽 길로 가면, 기괴한 조형물이 하나 보입니다.
이하 루하나:(조형물을 향해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 곧장 촉수에 놓인 책을 향해 손을 뻗는다.)
:책을 펼치나요? 이성 1d3점이 차감됩니다.
이하 루하나:(책을 펼친다.)
이성치 2 감소
이하 루하나:이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그건 어차피 사실이 아니리라고, 나는 그렇게...)
:오른쪽 길로 들어섭니다.
이하 루하나:
:서로 키는 비슷하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그런 생각을 한다. 저토록 소중하게 붙어있는 나무를, 자신의 생명력을 바쳐서라도 도운 나무는 비록 스스로는 썩어 문드러졌을지언정 분명 행복하였을 거라고. 생명이 붙어 있는 이상 앞으로도 서로를 도우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왼쪽 길에 들어서 계속 걷다보면,
:루하나는 이 광경을 지켜봅니다.
이성 판정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
SECTION 2-2: 이상한 남자
???:길을 잃으셨나요?
:뒤를 돌아보면, 유들유들하게 웃는 호감형의 미인이 언제부터인지 당신의 뒤에 서 있습니다.
???:니노마에 이치코가 제법 잘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최근에는 통 실패작밖에 없다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하 루하나:(휙, 몸을 돌려 상대를 마주한다. 초면인 인물의 등장에 당황한 듯 입을 열지만, 그것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누구, 세요...? 이치코 씨를 아시는 건가요?
???:누구냐고요? 아, 이거...(느닷없이 쿡쿡 웃더니) 당신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거 같네요. 남이 누구인지 물을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요.
이하 루하나:(어쩐지 나를 낮잡아 보는 듯한 말투에, 이 사람은 이미 나를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이치코 씨의 조수? 그 뒤의 말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아마...) ...죄송해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 혹시 이치코 씨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계신가요? 꼭,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생각보다 성미가 급하시군요. 니노마에 이치코가 알던 당신은 그렇지 않았을텐데요.(미소 바꾸지 않는다.) 뭐... 어느 쪽이든 진짜 당신이면 괜찮겠죠.
이하 루하나:(성미가 급하다는 말에 고개를 살짝 떨군다. 스스로가 평소 같지 않다는 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네, 맞아요. 이치코 씨를, 지금. 만나지 않으면...
???:지금 당장요? 당신이랑 그 사람이랑 별로 다를 게 없네요, 유유상종인가요?(쿡쿡.) 어지간히 서로가 중요한 모양이네요. 그와 무슨 관계였죠?(이쪽도 물어보는 것에 답하지 않는다.)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와는... 연인 관계, 예요. 분명 바로 어제도 함께 있었던걸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곳에서 깨어나서... 이상한 일들만 계속 일어나서, 그건 모두 당황한 제가 본 꿈, 환각, 혹은 망상이 틀림 없다고. (경황 없이 횡설수설 제 말을 늘어 놓는다.) ...그러니까, 이치코 씨만 만나면, 모두 끝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 이 이상 홀로 놓였다간, 저는...!
???:어이쿠.(어깨에 다시 손 올린다.) 진정해요. 그래요, 당신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게 사실일 수도 있죠. 진실은 누구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시간이 없겠네요. 그 사람도 같은 말을 했겠죠?
:남자는 길을 알려주고 뒤를 돌아 떠나갑니다.
이하 루하나:네...? (당혹스럽게 눈을 깜빡이고) 저, 죄송한데, 무슨 얘기인지 도무지... (그리 중얼거리며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본다.)
:불친절합니다.
이하 루하나:(잠시 제자리에 서있다가, 곧 의연히 남자가 알려준 길을 따라 출구로 향한다. 그래. 이치코 씨를 다시 만나는 것... 지금의 내게 목적은, 그 뿐이다.)
SECTION 2-3: 또다시, 홀
<관철> 판정
이하 루하나:
:...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당신의 얼굴.
:거대한 그림이
<민첩> 판정
이하 루하나:
:루하나를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갑니다.
이성 판정 (0/1)
이하 루하나:
이성치 차감 없음
:... 여기에야말로, 그 사람이 있는 걸까요.
이하 루하나:(천천히 검은 문에 다가간다. 이 곳을 열면... 무슨 공간이 나타날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많은 것을 겪었다. 나아가는 것이 두렵다. 또 다시 머리가 아파오는 듯한 착각이 인다. 하지만. 오직 당신을, 찾기 위해서. 천천히... 문고리를 당긴다.)
SECTION 3: 우리의 종말, 세계의 끝.
:아, 그래요.
SECTION 3-1: 스크린 룸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당신은 어느 방에 이르러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축축한 공기와 차가운 감각에, 옅게 몸을 떤다. 목에 손을 살며시 댄다. 목에서 느껴지는 아려오는 통증... 이것이, 이 곳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던 것이 환상 따위가 아니라는 유일한 증거.) 여기는...
:당신이 기억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하 루하나:이건, 그 일기장과 함께 있었던...? (순서대로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는지, #1 인터뷰 CD부터 넣어 본다.)
#1. 인터뷰
:이치코는 저 지식인들을 모두 불러 모은 장본인입니다.
니노마에 이치코: ... 저는 세계가 몇 년 내로 끝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마 5년은 겨우 버틸까요.
니노마에 이치코: 나 자신, 그리고 서로 간에 강렬한 감정은 가진 타인.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하던 그 사람은 종국에는 웃고 있었습니다.
이하 루하나:...죽었, 다니...... (고개를 숙인다. 이미 알고 있었던, 그러나 여태껏 받아들이지 못한... 이제는 신체의 감각 또한 이리도 선명한데. 하지만. 정말 이 모든 게 당신이 이루어 낸 것이라면, ...)
#2. 리허설
니노마에 이치코: ... 312번째 더미. 드디어 루하나와 비슷한 개체.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그리 얘기하다가, 카메라가 조금 내려갑니다.
니노마에 이치코: 루하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아주 고요한 정적 속.
: 어리석은...
:당신은, 아니. 당신은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 내립니다.
:눈이 퉁퉁 부은 이치코가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루하나, 이성 판정 (1/1d3)
이하 루하나:
이성치 1 감소
:느낌.
니노마에 이치코:... 루하나 쨩, 나도 준비 됐어.
:무척이나 기쁘고 환한 표정을 지은, 당신의 정도를 넘는 광기를 지녀버린 이치코입니다.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사람임에도. 이 영상과, 당신의 표정, 그 속의 광기에... 잠시 숨이 막힌다.)
니노마에 이치코:응, 루하나 쨩. 기다렸지?(눈을 감으며 루하나를 살며시 끌어 안는다. 이건 행복한 사람의 표상인 걸까?)
이하 루하나:(이전에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태도에... 약간의 기시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당신과 만난 것이, 기뻤다.) ...네. 지금까지 계속, 계속... 이치코 씨를 찾고 있었어요. (자신 또한 당신을 끌어 안는다.)
니노마에 이치코:다행이다, 루하나 쨩이 이치코를 찾아다녀줘서... 미안해? 시간이 없었거든. 아까는 이치코가 미안했어, 이치코가 잘못했어... 루하나 쨩한테 그런 말들, 하면 안됐는데.(이 품이 너무 달콤하다. 마음만 같아서는 계속 이곳에 취해있고 싶다. 아까는 일방적으로 말만 늘어놓고 뿌리치더니, 이제와서...)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 이치코 씨, 저, 정말로 힘들어서... 이 곳에서 본 것들 모두, 믿을 수가 없어서. 빨리 이치코 씨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저는... (몸을 잘게 떨며 이치코의 품에서 속삭인다. 드디어 당신을, 나는. 그런데도 당신의 표정을 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건 어째서인지...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입을 연다.) 저를, ...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어 입에 담는다.) 이치코 씨가, 되살려주신 건가요?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를 품는다. 떠는 당신을 도닥인다. 진심으로 걱정이 담긴 손길이다.) 으응, 힘들었구나... 괜찮아, 루하나 쨩은 제대로 깨어났으니까... 진짜든, 가짜든, 여기 루하나 쨩이 있는걸...(그 상태로 대답을 계속한다.) 이치코는 루하나 쨩을 살릴려고 했어. 계속 실패해서, 루하나 쨩도... 아, 여기 있는 루하나 쨩 말이야. 실패작인 줄 알았는데...
이하 루하나:(순간. 긴장된 듯한 상태로 숨을 삼킨다. 가짜라는 말이, 실패작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저민다. 역시 나는, 이미...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기존의 '이하 루하나'와는 별개의 존재인가. 그렇다면 나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이 신체 또한 내 것이 아닌 것인가. 아, 그 생각에 미치자... 스스로의 몸에 괴리가, 거부감이 느껴진다.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린다.) 그랬...군요. (입술이 마른다. 당신은 나를 위해, 무엇을... 어째서 이렇게까지? 그리 생각하면서도...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분명. 당신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당신은 나보다 곱절은 고통 받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모든 의문을 삼키고 속삭인다.) ...저를, ...되살려주셔서. 감사해요, 이치코 씨.
니노마에 이치코:정말 다행이야, 루하나 쨩이 여기 있어서... 있지, 기분이 어때? 아까는 제대로 물어보지 못해서, 미안해? (떨리고 있는 루하나의 두 손을 아랑곳 않고 잡으며 묻는다. 안타깝게도 루하나의 떨림은, 이치코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닌 것 같다.) 새 몸에 대한 위화감은 없어? '평소 같은' 루하나 쨩으로 있을 수 있어? (분명 루하나가 이곳에서 무엇을 봤을지 이치코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하나가 어떤 기분인지는 헤아리지 못한다. 그 눈은, 너무나도 검고, 강렬한 시선으로...)
이하 루하나:저, 저는... 그러니까. (불안정해진 숨을 가다듬는다. 저를 보는 새까만 시선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공포에 신체 곳곳이 잠식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루하나는 어서 이치코를 안심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입꼬리를 끌어당긴다.) 네, 모든 게 괜찮아요. 이치코 씨가 기억하고 있을 어제의 저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걸요. 저는 지금... 이치코 씨를 다시 만나서, 굉장히 기뻐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생각했다. 정말 니노마에 이치코인 걸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니노마에 이치코:(가쁜 숨, 창백한 얼굴. 모든 게 이상하다.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건 니노마에 이치코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하 루하나'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검은 눈이, 채 태연한 척을 다하지 못한 입꼬리를 쳐다본다.) 으응, 이치코도...... (정말, 기쁜데. 루하나가 뱉은 문장이 계속, 탐탁치 않았다. 이치코, 계속 기다렸잖아. 성공작인 루하나를 계속 기다렸잖아. 하지만, 이건, 정말로,)
이하 루하나: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그날도 이치코 씨와 함께 있었죠. 행복하게, 함께 웃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잠시간 고개를 떨군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길 수록 현재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이어지는 회상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이치코와 눈을 맞췄을 때에는 여전하게 미소를 띤 표정이다.) 아하하... 전부 잘 기억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하 루하나니까요. ...저, 이치코 씨. 괜찮으신가요?
니노마에 이치코:(저 미소를 마지막으로 본 건 대체 언제였을까. 꿈에서도, 수 백 개의 더미도, 무엇 하나 루하나의 미소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점점, 그 날의 기억과,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미소가 뒤섞인다. 머릿속을 누군가가 헤집어 놓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것을 앞에 두고 이치코는 얼굴을 가리고 벌벌 떨기 시작한다. 얼굴을 가린 손을 타고 눈물이 떨어진다.)
이하 루하나:이치코 씨...? (자신의 어떤 말이 당신을 이토록 동요하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저 아연하게 멈춰 당신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손을 뻗어 이치코의 눈가를 부드럽게 문지른다.) ...이치코 씨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렇다는 건, 제가 가짜가 아니라는 뜻인가요? (가짜가 아니라면, 이 몸도 육신도 모두 본디 내 것이라고. ...어떻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니노마에 이치코:(제 눈물을 닦아주는 저 손길이 너무나도 따듯하고 사랑스럽다. 닿는 순간 지금껏 묻어두었던 인간의 감정이, 어디선가 일어나는 듯했다.) 그럴, 리... 그럴 리가...... 하지만...... (혼란스럽기는 이쪽도 매한가지다.) 나는, 이치코는 그저, 살아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루하나 쨩이 필요했던 건데......(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이 듣기에도 흉측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여기 있는 루하나 쨩은, 마치 그 때 그대로의 루하나 쨩 같은걸......
이하 루하나:하지만... 이치코 씨, 분명 저는 그때, 죽었다고. (루하나가 죽었다고 진술하는 이치코, 자신을 살려내려 하는 이치코, 조금씩 인간성을 잃어 가는 이치코... 그 모든 과정을 보았다. 눈 앞의 인물을 보건대 그것이 전부 거짓일 리는 없을 터. 그런데. 제게 주어진 두 가지 진실이 이어지지 않는다. 아니, 잇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그건 마치 자신이 움직이는 시체가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은가...)
니노마에 이치코:(지금은, 지금만큼은, 루하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것 같다. 이치코의 머리가 조금씩 식어간다. 죽기 전의, 그래, 꼭 지금과 같은 미소를 짓던 루하나와, 사라진 시체가 머리를 스친다. 말을 더 잇지 못하는 루하나를 강하게 안는다.) 그렇다면 분명, 이건 이치코가 이뤄낸 건 아니겠네...... (얼굴을 루하나의 어깨에 파묻고, 그리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귓가에 속삭인다.) 맞아. 하지만, 괜찮아...... 전부, 다. 루하나 쨩은...... 여기 있어. 이치코가 사랑하는, 그 날의 루하나 쨩이...... 분명 그 희생들은, 헛되지 않았던 거야...... (그렇게 루하나를 끌어안는 이치코의 옷소매에, 붉은 자국이 보인다.)
이하 루하나:(제 품에 들어선 이치코를 두 팔을 들어 안았다. 방금 당신이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당신이 아무리 변했어도, 아무리 많은 죄를 떠안았어도, 아무리 많은 피를 손에 묻혔어도... 여전히 니노마에 이치코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 모든 잘못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면, 최소한...) 이것이 이치코 씨에게, 최선의 결말인가요? 이치코 씨가 가장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나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쨩은 정말, 상냥해...... 이런 나도, 안아주니까... (이대로 그것을 맞이해도 괜찮을 것 같다. 루하나의 품 안에서라면, 지금 이대로 있을 수 있다면. 그래, 이것이 내가, 가장 바라 마지 않던......) 최악이지. 이치코를 경멸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상냥한 루하나 쨩을 사랑해서... (더 말을 잇지 않고 제 소매로 시큰거리는 눈가를 닦는다.)
이하 루하나:물론, 무엇이든 괜찮아요.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요. (되려 어떠한 부채감을 느끼고 있다. 부드럽게 웃으며 눈을 맞췄다.) 말씀해 주시겠어요?
니노마에 이치코:으응...... (아직 눈가가 촉촉한 이치코는 좀처럼 입을 잘 떼지 못했다. 뺨은 조금 상기되어 있는 듯했다.) 저...... 루하나 쨩을 위해서 준비한 게 좀, 있거든. ...... 정말로 이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루하나의 손을 잡는다.) 같이, 가줄래?
이하 루하나:(복잡한 생각과 괴로운 감정을 갈무리하고, 지운다. 이곳에는 당신과 내가 있을 뿐, 머릿속에서 되뇌면서...) 기꺼이 갈게요. 이치코 씨가 저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니, 기대되는 걸요.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의 대답을 듣고는 환한 안색으로 고개를 힘껏 끄덕인다. 손을 잡고 루하나를 이끈다. 스크린 룸 벽 부근으로 걸어가더니, 아직 흐린 빛이 비치고 있는 스크린을 거침없이 찢는다.)
이하 루하나:안심하세요. 이치코 씨는 여전히... 제가 알고 있는 이치코 씨니까요. (이것은 거짓인가, 진실인가. 이젠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당신은 이치코의 손에 이끌립니다. 이치코가 찢은 스크린 너머로 검은 문이 드러납니다. 어느 때보다 검고, 번듯한 문.
SECTION 3-2: 숨을 거둘 때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이하기엔 너무나도 안정적인 장소입니다.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쨩 마음에 들려나... 하고, 노력했어. 항상 루하나 쨩 생각을 하면서 꾸몄거든... 헤헤. 이, 이상하려나?
이하 루하나:아뇨,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공간인 걸요. 모두 이치코 씨가 꾸미신 건가요?
니노마에 이치코:정말? 헤헤..... 다행이다, 루하나 쨩이 그렇게 말해줘서...(진심으로 기뻐보인다.) 응. 전부, 사람들 몰래 이치코가 꾸몄어.
이하 루하나: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정말 감사해요. (정원의 곳곳을 눈으로 둘러본다. 어디든 자신의 색으로 물들어있다... 당신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날 그렸던 걸까.)
니노마에 이치코:(꽃들을 쓰다듬으며, 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따라오라는 듯이.) 이건 전부 루하나 쨩의 영혼이나 마찬가지니까... ...라는 건, 방금 이치코가 생각해낸 거. (멋쩍은 듯 웃는다.) 우리의 마지막은 이런 곳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며, 부서진 하늘을 바라본다.)
이하 루하나:마지막, 이라는 건... (이치코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 본다. 자신이 알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하늘을. 그만 머릿속에서 지웠던 글과 영상이 속속들이 떠오른다.) ...찾아오는 건가요? 종말이.
니노마에 이치코:...맞아.(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오솔길을 나아간다.) 어쩐지 좀, 닮지 않았어? 언젠가... 학원에서 봤던 하늘하고. (유리돔에 부딪혀 떨어지는 세계의 파편. 비현실적인 풍경.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시간이 없었어. 이렇게 되어버렸는걸...
이하 루하나:...닮았어요. 그때도 저는 분명, 이치코 씨와 함께였죠. (더욱이 눈앞의 풍경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부 꿈은 아니었을까. 허황된 생각만이 떠오르고 가라앉는다. 스스로도 우습다고 여기면서도 질문을 입에 담았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니노마에 이치코:(그리 묻는 루하나를 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건 어떻게 봐도, 체념한 사람의 얼굴이다.) 나는 그때도, 무너져가는 학원 바깥을 막을 수 없었어. 나 자신을 지키는 거에만 급급했지. (루하나의 손을 꼭 잡으며, 앞을 바라본다.) 지키려고 한 건, 전부 지킬 수 없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루하나 쨩을 지키고 싶었어. (걸어간 끝에는, 기이한 조각상들이 보인다.)
이하 루하나:괜찮아요, 그런 점도 이치코 씨다운 걸요. 모든 걸 지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무너지는 세계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정원을 본다.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생명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두렵지 않았고, 다만 조금 슬펐다.) 그럼에도 스러질 사람들을 걱정하고 만약을 입에 담게 되는 건, 단지 제 욕심이겠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니노마에 이치코:이치코는, 그렇게 욕심부리는 루하나 쨩이 좋아. 그건 분명 루하나 쨩이 너무 착해서... ...... 착해서, 그런 걸까나. 종말이라는 건, 착한 사람한테 먼저 찾아오는 걸까나. (원 중앙에 서서 허공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꼭, 의식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하 루하나:(그 기이한 모습을 바라본다. 얼마 전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죽거나, 죽이거나... 제가 모르는, 어떤 삿된 의식이 이치코로부터 치러지고 있는 건 아닐까. 미약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어떤 부탁인가요?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쨩...... (루하나에게 한 발짝, 두 발짝, 숨이 느껴질 거리까지 다가간다. 그리곤, 루하나의 손을 끌어 자신의 목 위에 올린다.)
이하 루하나:(숨을 삼킨다. 손끝이 부드럽게 이치코의 목에 닿는다.) ...제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요?
니노마에 이치코:그러면 우리 둘 다 죽어. (전에 없던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루하나 쨩.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돼. 쉽잖아? 응?
이하 루하나:저 대신 이치코 씨가 살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고집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쨩..... 이치코가 지금까지 한 모든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셈이야? (손목을 쥔 손에 힘이 실린다. 이렇게 재촉할 수밖에 없다.) 난 루하나 쨩을 살리려고 했던 거라고...... 응? 그러니까......
이하 루하나:(손끝에 미약하게 힘이 들어간다. 고개를 떨어뜨린다. 한참동안 입을 달싹이다가 말을 잇는다.) ...이치코 씨가 말한 것처럼, 저는 욕심이 많아요. 제게 그런 능력 따위 없을 게 분명한데. 현실성 없는, 분에 넘치는 꿈이라는 건 전부 알고 있었는데도... 그런데도 무엇 하나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니노마에 이치코:(안돼. 시간이 없어. 무너져가는 하늘이 너무나도 가깝다. 초조해져간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하 루하나는 이런 사람이다.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자신에게 분했다.) 루하나 쨩은 정말...... 바보구나. (종말이 눈 앞까지 다가온다. 이 돔까지 서서히 무너져내려 가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도, 어째서 자기 목숨을 남의 것처럼 여기는 걸까. 그런, 닿지 않을 생각을 하고 눈을 감는다. 입술의 감촉은 너무나 새로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하 루하나:(하늘이, 세계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코앞까지 다가온 종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무섭다. 두렵다. 당신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은 없었을까. 정말 이런 수밖에 없었나... 그러나 마지막까지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눈을 감고, 이치코의 체온, 이치코의 호흡만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에도 아마 작게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니노마에 이치코:(사실은 살고 싶었을 지도 몰라. 나는 루하나와는 달라서,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가능하다면 살고 싶었어. 하지만 루하나 쨩의 숨을 뺏어야 살 수 있다면, 그런 삶 같은 건 의미가 없어. 결국은, 루하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해 버린 것이다. 자신에게로 밀려 들어오는 루하나의 숨결이 뜨겁다. 이렇게나 살아있는데.)
이하 루하나:(숨이 막혀 온다. 서서히 죽음이 드리우는 것이 느껴진다. 과거에도 나는 이렇게 죽어갔을까. 그러나 두 번째에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하얗게 물들어,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오로지 당신 뿐이다. 무無의 세계에 단 둘만이 떨어진 듯했다.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맞잡는다.) ...저도. 사랑해요, 이치코 씨...
:멎어가는 숨을 나눕니다. 겹친 입술이 우리 둘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 마냥 뜨겁습니다.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호흡이 부족해 환각을 보고 있는 건지,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건지.
...
:눈을 뜨고 급하게 일어나 보면, 이곳은 오래 방치된 듯한 정원입니다.
:...
???:피와 비명으로 점칠 된, 수습할 수 없는 혼돈의 감정.
:남자는 손 안에서 둥그런 것을 굴려 건네줍니다.
:차가운 공기에 당신이 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
니노마에 이치코:루하나 쨩......
:아, 정말로...
ENDING 3. 겹친 손 아래, 멎은 숨의 소생
KPC 생환, 탐사자 생환.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듯한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입니다.
... 손길?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조금 낯선, 니노마에 이치코와 눈이 마주칩니다.
















만약,(정말 만약에,)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 싶으면... 아하하,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 검은 문을 따라서 날 찾아오도록 해. 아니면, 자살하는 편이 나을 거야. 선택지는 그 두 개 뿐이야.
... 과연 루하나 쨩이 자살 같은 걸 할진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볼만 하겠어.(잠깐 고개를 돌려 루하나를 쳐다보지만 그 뿐, 이내 걸음을 열려 있던 검은 문 바깥으로 옮긴다. 반응할 시간도 채 주지 않고.)


대체 어떤 표정으로 루하나를 바라보고, 무슨 심정으로 방을 나선 걸까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던 건, 아까 보았던 이치코의 모습은 루하나가 알고 있는 모습보다는... 그래, 좀 더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상상되는 모습에 가까웠던 듯합니다.
목소리나 표정, 얼굴은 확실히 니노마에 이치코가 맞는데도요.
아니, 하루아침 사이에 이렇게나 바뀔 수가 있다뇨.


아무것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기준치: | 43/21/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하여간, 어느 정도 정신이 드니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당신은 뒤의 흰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눈을 뜬 시점에서는요.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고, 이치코가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치코는 검은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도 했던가요.
... 툭 툭...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검은색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 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아하, 조명 같은 것의 소리였나요.


그 부분은 원 모양으로 천장 중앙에 위치하여 있습니다.
그곳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잇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습니다.
그 색깔만으로도 이질적이라,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들어오라는 듯,
어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
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
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당신이 걸치고 있는 옷, 자켓, 바지 모두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합니다.
그건 둘째치고,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네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이치코가 조르면서 생긴 걸까요.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 걸요...


이치코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곧 감각이 무뎌질 거라고 했죠. 설마, 정말로...



기준치: | 42/21/8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소름끼치는 거울은 그만 보도록 할까요.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ㅡ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약 165 정도라, 얼핏 보면 당신과 비슷해보입니다.
수트를 입고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47 |
판정결과: | 실패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창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예술품처럼 보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없이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네킹인 걸까요?
이런 곳에?
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마네킹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금장치는 따로 보이지 않습니다.
문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필체의 금박으로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Memoria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이치코를 발견합니다.




읽던 책만 움켜쥐고선 곧장 열려있는 검은색 문 너머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
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
가 깔려 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 편에는, 이치코가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
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
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
가 돌아가며, 찰칵, 찰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 빈칸 곁에는
방향제
가 놓여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일까요?




빗금 안쪽의 바닥만은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누락된 지문...


그에 반해 꽂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들일까요?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는 언어입니다.


어떻게 읽어 볼 수 없을까요? 번역 도구가 있다면 좋을 거 같은데요.


가까이 다가가니,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마지막으로는 멀리서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
... 그리고 수 초 있으면, 희미한 굉음이 들립니다. 수 차례, 몇 번 폭발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이내 멎습니다.


책상은 여러 개로, 사무실의 파티션처럼 구획을 나누고 놓여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저마다 작은
액자
가 놓여있고, 저 구석에는 이치코의 이름이 붙어있는 책상
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에는 대부분 기일이 적혀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진 속 인물들은, 전부 죽은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정신 사납게 붙여진
메모지
들, 두꺼운 노트
하며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도 보입니다. 책상의 하단에는 커다란 서랍
이 있습니다.


옆에 특이사항도 함께 메모되어 있습니다. 살펴보면 꽤나 권위적인 과학자, 수학자, 의사, 생명학자, 천문학자 등... 다양한 직종의 지식인들입니다.
또한 추신으로, 누군가는 아내를 잃었으며...
누군가는 자식을 잃었고,
누군가는 형제를 잃었습니다.
그러한 정보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메모지들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일기, 라기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것에 더 가까워보이는군요.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에 저절로 손이 갑니다.
중요한 정보를, 얻은 것 같군요.



라고 적혀 있습니다.
마침 알 수 없는 종이 한 장이 밑에 깔려 있네요. 시험해볼까요?


번역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걸 기계 장치로 비추어 보면, 책장의 글씨들이 저절로 사라지고 새로운 글씨가 쓰입니다.
... 왼쪽 페이지가 대답을 기다리듯 비어있네요.




이걸 쓰면 되겠군요.


기계 장치로 비추어보면,


눌러볼까요?


살고 싶다면, 저 아래로 내려가라는 뜻일까요.


미지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거대한 금빛 시계는, 시침과 분침과 초침의 구분이 없이, 오로지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 숫자 11을 한참 지나는 중입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죠.
숫자 12 아래엔, 작은 글씨가 써져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어두컴컴한 곳에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와 함께 어째서인지 오한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아가지 않은 저 너머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탓에 끝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서늘한 적막만이 유지되는 어둠.
이 어둠 속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갑니다.


쇠창살
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천장에는 당겨서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
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소리와 함꼐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쇠창살 너머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빛이 비추어진 그 너머에는...
벌거벗은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기준치: | 39/19/7 |
굴림: | 4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실은 인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미Dummy에 가깝습니다.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사라져 있는 얼굴. 인간의 것은 아닙니다.
왜 저렇게 많은 '더미'가 저 너머에 쌓여 있는 거죠?
더미의 옆에는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흰 침대는
기계 장치
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흰 침대에는 무엇이 눕혀져 있었을까요. 그것은 어디로 간 걸까요.


쌓여있는, 벌거벗은, 불쾌한, 더미-인간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잠겨 있지 않고, 너머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요.

검은 문 틈 사이로는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내내 어둡던 통로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분명합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사용했다는 감각입니다.
벽 군데 군데에는
사진
이 붙어있습니다.
`책장
과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하게 방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가구도 있습니다. 방금 당신이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한다면, 문이
왼쪽 벽과
오른쪽 벽``에 하나씩 있습니다.


당신과 이치코가 담겨있습니다.
아... 그래요, 이건 기억 속에 있어요. 어제 데이트를 했을 때의 사진입니다.
이제 어제였는지에 대한 확신조차 흐려져가지만, 적어도... 사진 속에서의 당신과 그 사람은 행복해보입니다.
다른 사진들도 거의 비슷한 양상입니다. 동창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비춰질 때가 있지만...
모든 사진에는 빠짐없이, 당신이 있습니다.


다른 곳도 살펴봐야 하는 거겠죠...? (작게 중얼거리며 방을 돌아본다. 아마도 이치코 씨의 방처럼 보이는데... 함부로 여기저기 들여다 보아도 괜찮은 걸까? 조금 죄를 짓는 듯한 기분으로 가구들을 살펴보고자 우선은 책장으로 향한다.)

한 권의
책
만이 책장의 왼편 한 칸에 비스듬이 혼자 올려져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을 수 없는 제목이고, 나머지는 생명 과학, 공학, 혹은 신화와 관련된 책들입니다. 전체적으로 서재의 책장과 비슷한 구성입니다.
모든 책들이 한참을 읽은 듯 끝부분이 너덜거리고 손때가 탔습니다.


...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기준치: | 38/19/7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어지러워집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이렇게 몸을 가누지 못할 내용이었나요, 사실 나는 이 내용을 받아들인 게 맞나요?
잠시 시야가 흐려집니다. 숨이 가빠집니다...


가까스로 몸을 가누며 흐릿한 시야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그 책의 그 문단 바로 아래에 있는 메모지입니다.


`모니터
가 놓여있고, 비스듬하게 내동댕이쳐진
책`` 한 권과 이리저리 흩뜨려져 있는 필기도구가 있습니다.
`모니터
책``이 조사포인트입니다(...
모니터
책

기준치: | 75/37/15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검은색 하드커버로 되어있고, 책의 제목은 '일기장' 입니다.
책 제목이 일기장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이치코의 일기장일까요.


... 당신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살아있는데도...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에, 잉크가 마르지 않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혼란스러움이 여실하게 보이는 필체로 휘갈겨진 낱장을 마지막으로 이 기록은 끊깁니다.


무언가가 뇌를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참을 수 없습니다.
혼란 속에서 당신은 책 밑에 CD 2장이 깔려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만, 이 CD들을 돌아볼 여유 따위 존재할 턱이 없습니다.
'일기장'의 내용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그야말로 미친 거 같으니까요.
당신을 향한 모독과 죄를 범해버린 일기.
루하나, 당신을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저자가 '그'인 기괴한 일기장으로부터 당신의 죽음을 접해버린 루하나,

기준치: | 37/18/7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어디로 사라진 게 맞는 걸까요.
... 당신은 정말로 이치코가 창조해낸, 이하 루하나의 모조품에 불과한 걸까요?


모든 걸,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그는 루하나에게 줄 수 있을까요.
오른쪽 벽의 문을 엽니다. 찾는 것은 오직 하나, 그 사람 뿐.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 레드카펫과...
붉은 피의 향연,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이요?*
한 둘이 아닙니다.

피비린내가 납니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머리가 더 어지러워집니다.

기준치: | 36/18/7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작게 신음합니다. 이제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을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어집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전부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레드카펫 덕분인지 눈을 흐리게 하면 피는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살펴보지 않는다면 바로 홀의 조사로 넘어갑니다.


방호복을 벗긴다면 맥을 짚어볼 수는 있겠습니다.


맥을 짚어 볼 필요도 없어보입니다.


하얀 뼈가 드러나고...
그 뼈는 이윽고 으스러져, 재로 흩어져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남은 것은 옷가지 뿐입니다.
비과학적인 상황에 놓인 루하나...

기준치: | 33/16/6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To GM)rolling 1d10
(
)
2
2
고통에 휩싸입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
루하나는 장기적 광기에 빠지게 됩니다. 다음씬으로 넘어갈 때까지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듣기 판정은 자동으로 실패합니다.
어떨 때는... 환각을 볼 수도, 환청을 들을 수도... 제대로된 사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란 힘듭니다.
시체에, 아니, 이제는 재인가요. 잿더미를 뒤로하고 바라본 홀의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
들이 몇 점 걸려있습니다.

형상
이 그려집니다.
어차피 그 사이사이에 사람들은 쓰러져있지만요.
그리고, 정면에는 검은색의 정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벽에는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첫 번째 그림, 눈에 들어온 것은,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
극사실주의 화풍입니다.
두 번째 그림. 장엄합니다.

마지막 그림, 어라?
이 얼굴, 루하나 당신이 아닌가요?
네, 당신의 얼굴이 담긴 초상하ㅗ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긴 당신의 얼굴은 하나가 아닙니다.
무려 11명입니다.

아닙니다. 이제 와서 자신이 11명 있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겠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바닥에 비춰진 형상을 본다.)

세 쌍의 연인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연인이라는 게 무엇이었죠?

기준치: | 32/16/6 |
굴림: | 1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제 여기서 볼 건 없어보입니다.
우리는 해야할 게 있으니까요, 이런 곳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습니다...

(홀의 풍경을 뒤로 하고, 정문으로 향한다.)
정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
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로운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늠하기가 어려운 날씨입니다.
하여튼,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척보아도 날씨에 맞지 않게 만개한 꽃들이 당신을 유혹하듯 살랑입니다.
이치코는, 이 안에 있을까요?


코너마다는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이 잔뜩 있습니다.
그리고, 어라... 갈림길입니다.
왼쪽
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
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군요.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입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형상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촉수 여러개가... 음, 이런 게 중요했나요?
촉수에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꽃들을 중심으로는 또다시 왼쪽과 오른쪽의 갈림길이 있습니다.




(책을 제자리에 다시 올려놓고, 이번에는 오른쪽 길로 향한다.)

한참을 걷습니다.
어디에서 좀 트일까, 싶을 때 쯤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 듯한 형상입니다.
... 그래도 썩은 부분 중 일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 있기 때문일까요.
나무를 중심으로는 또다시 갈림길입니다. 왼쪽, 오른쪽. 어디까지 반복되는 걸까요.

(고개를 돌려 또 다시, 왼쪽 길로 들어선다.)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 음, 분명 눈이 오고 있지 않았나요? 근데 꽃도 떨어지고 있네요.
만개한 꽃들 가운데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고 툭, 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툭...
툭...

문득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사이에 마치 인간의 머리가 뒤섞여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준치: | 30/15/6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어쩐지, 황홀해져서...
눈이 멀려고 합니다.
그 때, 누군가가 어깨를 붙잡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습니다.

몇 년 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떻죠?


니노마에 이치코를 아냐고요? 뭐... 알고 있죠, 아무렴. 대충... 조수라고 하겠습니다. 죽은 이를 살려내길 바라는 사람의 욕망을 지켜보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다른 건 다 됐고, 어쨌든 니노마에 이치코를 만나게 해달라... 이거 아닙니까?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이건 제가 온전히 제 취미로, 조금의 장난을 친 거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 있는 거 말이에요.
끝내고 싶으신가요?
그럼 죽거나 죽이거나입니다.
아, 하지만 그 이외의... 내가, 그리고 높으신 분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하는 것도 볼만하겠어요.
연인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더라고요. 키스를 한다던가, 아니라면... 하하, 그래요.

그 사람은 당신이 오기 직전에 저택으로 돌아갔어요. 운명의 장난, 아. 재미있네요.
멸망이 코앞에 있습니다. 화원의 출구는 이쪽이에요.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액자를 봐요.
그럼, 좋은 종말여행 되시기를.

서로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저 남자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당신은 알고 싶은 게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 셈이네요. 그렇지 않나요?

... 수상쩍은 남성이 알려준 길로 향하자, 다시 화원의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치코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택에 홀로 들어서면,

기준치: | 75/37/15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홀 복도에 걸려 있던, 세 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긴 당신의 얼굴은 11명이었죠.
한 명 더 늘어났습니다. 열두 명이 되었네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당신의 초상화 하나가 말이죠,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게 꼭, 그림이라기보다는 창문 같을 정도입니다.

눈이 깜빡이는 표정.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
헐떡이는 숨.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툭,
벽에서 떨어져 당신을 향해
엎어집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간신히 피했습니다.
...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나는 다치지 않았는데 그림에서는 핏물이... 나옵니다.

기준치: | 29/14/5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고개를 들어 세 번째 그림이 걸려 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화원의 수상한 남자가 말한 건 이것일까요.


... ... ... ...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몽롱하고 아파오는 정신 속에서도 당신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여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 이제는 시큰거리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몽롱하고 아파오는 정신 속에서도 당신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여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방은 정갈하고 고요하며, 어둡습니다.
`CD 플레이 기기``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흰 스크린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CD 플레이 기기를 본다.)

정신 없는 사이에 CD 두 장을 챙겼다는 사실을요.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건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습관처럼 나오는 행동은 지울 수도 없죠.
모르는 사이 당신의 주머니에는 CD 두 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1 인터뷰]라고 적혀 있으며, 하나는 [#2 리허설]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무엇부터 넣어볼까요.

...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불러 모았다는 저명한 지식인들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이 실험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치코가 셀프인터뷰를 합니다.

아주 우연히 알게 된 거예요. 사이비? 아... 그런 건 아녜요. 그냥. 알게 됐어요.
징조를 느꼈죠.
하지만... 실은, '종말'은 아주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신세계에서 살기 위한 새로운 법칙이 생긴다는 게 더 정확한 거 같아요.
네,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정확히 두 명 분의 숨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치코와 당신은 서로한테 이걸 나누어 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먼저 죽어버렸죠. 당신이요.
그러니까 이치코는 살려낼 거랍니다.
이상.

그 기묘한 미소와 함께 영상이 끝납니다.
다음 CD를 볼까요.

(다음 CD를 넣는다.)
영상은 이어지는 듯합니다.
스크린 속의 그 사람은 당신의 기억 속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보이는 옷깃 위로 피가 잔뜩 튀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루하나 쨩은 이 방법을 분명 좋아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걸...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어.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할 작정이에요. 오늘 만든 이 312번째에게 말을 걸고, 이 312번째 더미가 대답을 하면 성공작입니다.

수술대에 누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치코는 당신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묻습니다.

이치코의 몰아쉬는 숨소리만 잡히는 가운데.
눈을 뜬 스크린 속의 당신은...
옅은 숨을 내뱉으며...
그럼에도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이치코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이 흘러내립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 대체 이치코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완전한 실패입니다.
... ...
잠시 화면이 멈춥니다.

머리카락이 긴 이치코가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차가운 표정을 지은 이치코가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 이치코가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이치코는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그 행위 하나에 점차 몰두합니다.
그러한 모습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경멸해야 할 모습이지 않나요.

기준치: | 29/14/5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전신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립니다.
...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








되살린, 걸까나... 하지만 시신은 사라졌는데...(혼자 고개를 내저으며) 으응,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루하나 쨩이 여기 있으니까. 나도 정말 힘들었어. 이치코, 칭찬해줘?




...... 루하나, 쨩...... (다시 만나고 나서부터 늘상 기쁨에 젖어있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제, 일을...... 기억하는 거야?


......... 그 날이...... 루하나 쨩을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어. (떨리는 기색이 여력했다. 미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혼자 중얼거린다.) 그런데... 루하나 쨩이 가짜라면, 어제의 일을 기억할 리가 없어.(고개를 들고 루하나를 바라본다. 눈가가 붉어져있다. 이 사실이, 루하나에게는 호재일까. 아니면...)






있지, 루하나 쨩. 이렇게 최악인 나지만...... 조금만 더, 어리광 부려도 될까?




그래도, 믿고 있었어. 루하나 쨩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한결 같다고 해줘. 이치코도, 변하지 않았다고, 해줘......


당신을 돌아보는 이치코의 얼굴에 흐린 빛이 쏟아집니다.
아직 마르지 못한 눈물이, 선명하게 반짝입니다.
문 너머로 향하면,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조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세계의 파편.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 나무의 푸른 잎들, 이 모든 게 생명으로 넘쳐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직감하기에 더욱 진한 생명의 향기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정원에 활짝 피어난 것은 당신의 머리를, 눈을 닮은 꽃들입니다. 푸르름과 눈부신 노란빛으로 가득합니다.









막을 수 있는 방법...... 그런 게 있다 해도, 이치코는 정말 그걸 위해 힘썼을까? 나는, 잘 모르겠어... (힘을 잃은 목소리다. 이치코는 루하나와 함께 기이한 조각상들 사이로 들어간다. 원을 이루는 대리석상의 중심으로.) 나는... 루하나 쨩만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루하나 쨩, 이치코의 마지막 부탁이야. (세상은 종말을 향해간다. 이치코가 지금껏 애쓴 모든 것은,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서일 것이다. 제단의 중앙에서 이치코는 환하게 웃었다.)


내 숨을, 가져가 주겠어? (그 손길은, 일전과 같은 걸, 반대의 위치에서, 종용하는 것 같았다.)





(정녕 이것을 상냥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타와 이기는 한 끗 차이인 걸지도 모른다. 루하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저를 위해서 이치코 씨를 포기한다니, 저는 할 수 없어요. 그런 건 싫어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무의미하더라도, 비이성적이라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도.)
한 번만 더... 욕심부려도 될까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고개를 들고, 몸을 기울인다.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입을 잠시 떼면, 순식간에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어느샌가 이 정원도 새하얀 공간이 되어버린다. 삶의 잔재가 부스러진 채 허공에 떠돈다. 결국 깨닫는다. 이 상태에서는 어떤 숨도 붙잡을 수 없다고.)
...... 그럼, 우리는, 서로의 호흡만 갖고 있자.
(호흡이 희박하다. 루하나를 붙잡고 있던 손은 어느새, 깍지를 끼고 있다.) 사랑해......

(다시금 입을 맞췄다. 숨을 쉬기 위해. 당신은 나의 호흡으로, 나는 당신의 호흡으로.)

그래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밀치는 일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종말을 오롯이 받아들일 요량입니다. 서로의 숨을 뺏어 이후를 비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죽음이 다다른 탓인지, 종말이 당신을 집어삼킨 탓인지,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장에 알지는 못합니다.
당신 말대로, 이 행위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저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이어진 둘의 몸은 아직 당신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끄러운 심장 박동으로 귓가를 채웁니다.
쿵쾅, 쿵쾅 하고.

입을 맞춘 직후에는 항상 그렇죠. 하지만, 더욱 더 의식이 저편으로 가는 듯한, 몽롱한 기분이 어지럽습니다. 오로지 손을 겹쳐 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 박동마저 멎습니다.
시야가, 암전됩니다.
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올라옵니다.
당신의 볼이 얼얼합니다. 당신은 차가운 바닥에 볼을 대고 누워있습니다.

여러 꽃이며 나무가 아름답게 덩굴을 이루고 자랐습니다. 시간이 무척이나 지나고,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따스한 풍경.
세상을 종말로 이끌 것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던 파편도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종말은? 멸망은? 우리는, 어떻게 된 거죠?
호흡 또한 정상적입니다.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사로운 해가 우리를 비추고, 식물 위에 앉은 작은 새가 지저귑니다.

모든 일이 꼭, 환상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당신과 손을 꽉 겹쳐 잡고 누운 이치코가 맞은편에 보입니다.
그리고, 시선의 근처에는 구두코가 보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좋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도 나쁘지 않네요.
원하는 건 손에 얻은 것 같나요?
그렇다면 축하드려요.
더 처참하게 망가질 미래가, 기대가 됩니다.
아, 참...... 그리고 이걸 흘렸더군요.

그가 건넨 것은...
스노우 글로브입니다.
쏟아지는 하얀 반짝이 아래, 나란히 서 있는 당신과 이치코의 작은 모형.
스노우 글로브의 유리 아래 밑단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가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멎은 숨의 소생.

어느새 남자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신의 옆에는, 손이 맞닿은 니노마에 이치코만이 있습니다.

정말로, 고마워.

아름다운 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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